금융위원회와 은행권이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10조원을 조성해 이른 시일 안에 가동하기로 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0일 8개 주요 은행장과 간담회를 한 뒤 이같이 밝혔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 사태에 대응해 경제·금융 관련 파격 지원을 내놓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후속조치다. 채안펀드는 자금난을 겪는 기업의 회사채 등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자금 지원을 한다.
채안펀드 10조원 + α
은 위원장이 이날 간담회를 소집한 것은 채안펀드 조성을 위해선 은행권 협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엔 10조원 규모의 채안펀드에서 8조원가량을 은행이 부담했다. 나머지 2조원은 보험사 증권사 등이 맡았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총 37조원 규모다. 이 가운데 신용등급이 낮은 A0 이하 회사채는 5조5000억원가량이다. 은 위원장은 “채안펀드는 이미 돼 있기 때문에 (작동까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 수요를 못 맞출 정도로 늦지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와 은행들은 자금 소진 추이를 보면서 채안펀드 규모 확대가 필요할 경우 증액할 계획이다. 금융시장에선 채안펀드 투자 대상에 회사채, 금융채, 기업어음(CP) 등이 포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증권시장안정펀드도 조성하기로 했다. 증시가 회복될 때까지 한시 운영되며 개별 종목 주가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시장대표지수 상품에 투자한다. 은 위원장은 “일단 다음주에 규모와 시행 시기를 발표할 것”이라며 “내규를 마련해야 하고 투자위원회 등 절차도 있는 만큼 증권시장안정펀드는 시간이 좀 더 걸린다”고 설명했다.
“소상공인 대출 빨리 내줄 것”
영세 소상공인 금융지원책도 이날 논의됐다. 은행들은 정부가 전날 발표한 코로나 민생·금융안정 대책에 따라 긴급한 자금이 필요한 소상공인에게 최대한 효율적으로 초저금리(연 1.5%) 자금을 공급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특히 지역신용보증재단 보증부 대출의 심사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시중은행의 업무 위탁이 잘 이뤄져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14개 시중은행과 16개 지역신용보증재단은 전날 업무위탁 협약을 맺었다. 이미 대출을 받아 간 소상공인들에겐 만기와 이자상환일 연장 조치를 다음달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코로나 피해로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에 대한 여신 회수도 자제하기로 했다.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유동성 지원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은 위원장은 “보증부 대출의 원활한 만기 연장을 위해 보증 역시 일괄적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자본건전성과 대출책임 문제 등으로 코로나 피해 기업과 개인에 대한 지원을 주저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은 위원장은 “(은행)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도록 실무협의체를 가동해 금감원이 주도적으로 금융 지원 역할을 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주식 거래시간 조정에 대해서는 “주식 거래시간 조정으로 문제를 당장 해결할 수 있다면 시행하겠지만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박신영/송영찬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