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대량 파산 사태 앞두고 주식을 사겠냐"

입력 2020-03-20 08:05
수정 2020-06-18 00:03


19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우버의 주가는 38% 폭등했습니다.

이날 아침 다나 코스로샤히 최고경영자(CEO)가 "회사는 전염병을 극복할 충분한 유동성을 갖고 있다"며 2월말 현재 100억달러 현금을 갖고 있음을 밝힌 직후였습니다.

코스로샤히 CEO는 차량공유 사업은 수요가 크게 줄었지만, 우버이츠(Uber Eats) 수요는 대폭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리프트의 주가도 덩달아 29% 올랐습니다.

우버의 이날 폭등은 현재 투자자들이 얼마나 현금보유에 민감한 지를 나타내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몇 달이 될 지 모르는 경제 활동 중단 기간에 견뎌낼 회사를 찾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금은 실물경제가 얼어붙었을 때 기업이 얼마나 오래 버터낼 지를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입니다.


JP모간은 2분기 미국 경제가 -14% 줄어들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2% 위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태가 길어진다면 대량 파산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금융사들 뿐 아니라, 일반 기업들까지 모두 현금 확보를 위해 뛰어다니면서, 달러는 급속도로 증발하고 있습니다. 이날 포드는 이미 200억달러 현금이 있지만 크레딧라인을 통해 추가로 154억달러를 대출받고 현금배당은 동결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유명 주식평론가인 짐 크레이머는 "대량 파산 사태를 앞두고 당신은 주식을 사겠냐"며 꾸준히 나오는 바닥론을 경계했습니다.

무디스 등 신용평가회사들이 엑손모빌, 보잉 등 최우량 회사들까지 줄줄이 신용등급을 내리고 있는 형국입니다.

항공사 자동차회사 호텔 카지노 등 어려움을 겪는 산업과 기업은 너무 많습니다. 레이 달리오 브릿지워터 설립자는 "이번 사태로 미국 기업들의 손실은 4조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아주 많은 사람들이 파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미국제조업협회(NAM)가 제조업체들을 위해 1조40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기금을 만들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레스토랑 업계는 4550억달러의 지원패키지를 신청했습니다. 지원이 없다면 1560만개 일자리의 절반이 사라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호텔업계는 1500억달러, 여행업계는 1000억달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항공업계는 500억달러 이상, 보잉은 600억달러를 따로 요청하고 있습니다. 공항들도 100억달러의 연방정부 지원을 모색하고 있으며, 인디언들이 운영하는 460여개 카지노 회사들은 180억달러를 요구했습니다.

극장체인 업체들, 위스키업체까지 베일아웃(구제금융)을 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구제금융을 추진중입니다. 그러나 많은 난관이 있습니다.

①모든 기업이 구제금융을 받기는 어렵다.

현재 2조달러 이상의 구제금융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이는 2008년의 금융사에 대한 구제금융 7000억달러의 세 배에 달합니다.

이런 막대한 구제금융을 해주려면 미 정부는 예정된 1조달러 규모의 국채 외에 추가로 국채를 더 많이 찍어야합니다. 이날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25년물과 50년물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기존의 10년물, 30년물을 찍었다가 동반 폭락할 수 있으니 듀레이션이 다른 기간물을 찍겠다는 겁니다.

많은 국채가 쏟아지면 과연 얼어붙은 국채 시장에서 소화가 될 지 의문입니다. 벌써 장기물 국채 금리는 꿈틀대고 있습니다.

결국 미 중앙은행(Fed)이 사주는 방법밖에 없다는 예상입니다.

하지만 Fed는 무적이 아닙니다. Fed는 지금 레포(환매조건부채권)과 기업어음(CP), 프라이머리 딜러에 대한 대출, 은행 재할인창구 대출금리 할인, 머니마켓펀드 지원까지 모든 창구를 활짝 열어제친 상태입니다.

앞으로 엄청난 달러를 새로 찍어야할 것이고, 그만큼 Fed에 대한 신뢰는 추락할 겁니다.

②구제금융 대상 기업에 대한 거센 비판

미국 기업들은 그동안 번 돈을 자사주매입, 배당 등으로 주주에게 모두 돌려줬습니다. 지난 3년간 자사주 매입 규모는 거의 매년 1조달러에 육박했습니다. 위기를 맞은 현재 현금이 모자란 이유입니다.

보잉과 항공업계가 대표적입니다. 블룸버그는 항공업계가 2010~2019년까지 잉여현금흐름의 96%를 자사주매입에 썼다고 보도했습니다. 델타, 아메리칸, 유나이티드, 사우스웨스트 등 4대 항공사만 지난 5년 동안 자사주 매입에 390억달러를 썼습니다.보잉도 역시 이기간 350억달러 이상을 들였습니다.



이 때문에 미 의회 등에서 벌써 신랄한 비판이 나옵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민주당)은 자사주매입을 금지하고, CEO들에 대한 보너스를 제한하는 등 구제금융을 위한 8가지 전제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시장에서도 빚까지 내서 자사주를 산 보잉에 대해 먼저 매입한 자사주부터 팔라고 비난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구제금융을 해주는 데 미 정부는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을 금지하는 방안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③기존 주식 감자 또는 신주 발행?

트럼프 대통령은 또 구제금융한 돈을 주식으로 받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주식으로 받는다면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상당한 희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지금 주가가 낮은 수준에서 구제금융 주식을 발행한다면, 회사는 살아난다해도 주가가 폭락할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아예 기존 주식을 모두 감자하고 정부가 구제금융을 넣어야한다는 과격한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어쨌든 지금 금융시장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이 몇 달 지속된다해도 살아남을 수 있는 그런 기업을 고르고 있습니다.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는 이상한 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투기등급 채권보다 투자등급 채권값의 상대적 하락폭이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의 이달 가격 하락폭은 국채 대비 -11.4%에 달했습니다. 이는 한달 수익률로 봤을 때 1973년 이후 최악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에도 국채 대비 -7.4% 수준이었습니다.

반면 투기등급 채권이 거래되는 하이일드 시장의 3월 국채 대비 가격 하락폭은 -14.8%로 지난 2008년 10월의 -16.3%보다 낮습니다.

'신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CEO는 "이건 리뎀션(투자금 회수) 요구 때문일 수도 있지만, 투자등급의 많은 채권이 곧 투기등급으로 강등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BBB 이상의 투자등급 회사채를 발행한 수많은 기업들도 곧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추락할 것이란 뜻입니다. 그렇게 되면 채권값이 폭락하겠지요.
물론 그동안 신용평가사들이 방만하게 신용등급을 주면서 BBB등급 채권이 전체 회사채 시장의 절반을 넘는 등 신용등급 인플레가 심각하기도 했습니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금융시장이 회복 될 것이며 미국 경제가 다시 강하게 회복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