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은 ‘언택트(untact·비대면) 소비’란 트렌드를 만들어 냈다.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하는 소비는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자동차에서 주문한 음식을 받아 가는 ‘드라이브 스루’는 패스트푸드와 커피숍에 이어 횟집과 호텔 레스토랑으로 범위를 넓혔다. 대면 거래 중심의 중고 시장에선 편의점 택배 활용이 크게 늘었다. 온라인 쇼핑은 패션에서 식품으로, 이제는 고가의 명품과 가구 시장까지 확산됐다.
롯데호텔, 드라이브 스루 첫 도입
변화가 더딘 호텔도 이런 트렌드를 외면하기 힘든 상황에 몰렸다. 텅 빈 호텔로 사람들을 끌어와야 하는 상황에 처하자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를 내놨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본점은 19일부터 일식당 ‘모모야마’, 베이커리 ‘델리카한스’ 상품을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모모야마는 인기 메뉴를 모아 도시락 형태로 담아준다. 바닷가재, 장어 등 고급 식재료가 담긴 것이 특징이다. 가격은 10만원 안팎이다. 델리카한스는 뷔페 레스토랑 ‘라세느’의 양갈비와 랍스터 등을 빵과 함께 싸준다. 단팥빵, 스콘, 크루아상 등의 베이커리 상품과 음료가 함께 있는 세트 메뉴도 판매한다. 모모야마는 음식 찾기 최소 두 시간 전, 델리카한스는 네 시간 전까지 온라인 혹은 전화로 예약해야 한다. 예약 시 음식 픽업 시간을 설정할 수 있다. 호텔 1층에 있는 ‘드라이브 스루 픽업 존’에 차를 대면 직원이 나와 음식을 건네준다.
롯데호텔에 앞서 경북 포항시와 이 지역 어민들은 드라이브 스루 형태로 회를 판매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어업 양식장이 많은 포항은 활어회 소비가 급감하자 이 같은 아이디어를 냈다. 업계에서는 “드라이브 스루가 한국에 들어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호텔들은 객실 판매에도 언택트 트렌드를 반영했다. 호텔방 안에서만 온종일을 보낼 수 있는 각종 ‘방콕 패키지’를 쏟아내고 있다. 그랜드하얏트서울, 워커힐호텔 등은 조식을 방 안으로 가져다 주는 패키지 상품을 판매 중이다.
중고 거래는 편의점 택배로
언택트 소비는 중고 거래 시장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중고 거래는 지하철역 출구에서 만나 돈과 물건을 교환하는 게 가장 일반적이었다. 기업에 비해 판매자 신용이 낮기 때문에 얼굴을 보면서 거래가 이뤄졌다. 하지만 요즘엔 택배 거래를 많이 한다. 특히 가격이 저렴한 근거리 편의점 택배가 많이 이용된다.
편의점 GS25에선 이달 들어 18일까지 택배 이용 건수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1% 늘었다. 특히 무게가 적게 나가고 근거리 배송을 하는 ‘반값 택배’ 이용은 이 기간 76%나 급증했다. 반값 택배는 상품 배송 가격이 2600원부터 시작한다.
GS25 측은 반값 택배 이용 급증의 주된 이유를 중고 거래에서 찾는다. GS25 관계자는 “무게가 가볍고 부피가 작은 태블릿PC, 책, 신발 등을 중고 거래하는 소비자들이 편의점 택배를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당근마켓, 중고나라 등에선 상품 거래 시 편의점 택배를 통한 거래를 희망한다는 글이 최근 부쩍 늘었다.
바이러스에 민감한 병원에선 무인택배함이 인기다. 이베이코리아가 병원에 설치한 무인택배함 ‘스마일박스’의 이달 2~15일 이용률은 전년 동기 대비 약 47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일박스는 강남세브란스, 신촌세브란스, 이대서울병원 등에 설치돼 있다.
700만원 가구도 온라인 구매
온라인 쇼핑 시장에선 고가의 명품과 가구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온라인 쇼핑은 과거 책에서 의류, 가전 등으로 범위를 넓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식품 판매가 급증했다. 마켓컬리 쿠팡 쓱닷컴 등에 주문이 몰렸다. 한 번도 온라인으로 식품을 구매하지 않았던 50~60대 중장년 이용이 크게 늘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요즘은 명품 구매도 온라인에서 많이 한다.
명품 쇼핑몰 ‘트렌비’가 국내 첫 코로나19 환자가 나온 지난 1월 20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상품 주문량을 분석해 봤더니,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48%나 급증했다. 월간 순이용자 수(MAU)는 379%, 거래액은 123% 늘었다. 2017년 설립된 트렌비는 지난해 거래액 451억원을 기록했다. 올 들어선 월간 거래액이 70억원 수준까지 올랐다.
신세계백화점 온라인몰에선 침대 매출이 급증했다. 지난달 온라인 침대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47.7%나 늘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가구는 원래 온라인에서 잘 안 팔리는데, 최근 들어선 700만원이 넘는 프리미엄 침대도 온라인에서 팔렸다”고 전했다.
안재광/오현우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