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중견 생명보험사로 통하는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위한 본입찰에 KB금융과 대형 사모펀드(PEF)들이 뛰어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푸르덴셜생명의 ‘몸값’이 크게 떨어지는 분위기다.
미국 푸르덴셜인터내셔널인슈어런스홀딩스(PIIH)는 19일 한국 푸르덴셜생명 매각을 위한 본입찰을 실시했다. 지분 100% 인수를 원하는 후보들로부터 직접 입찰 가격 및 조건을 받았다.
KB금융, 한앤컴퍼니, IMM 프라이빗에쿼티(PE) 등이 입찰에 참여했다. 국내 1위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는 입찰 참여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매각 측은 이날 이후에도 입찰제안서를 낼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예비입찰 때와는 분위기가 다소 달라졌다. 코로나19가 세계로 확산하면서 증시가 폭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제로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역마진 위기에 직면한 보험업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졌다”고 했다.
한때 인수 후보로 거론되던 우리금융은 직접 참전하는 대신 IMM PE에 인수금융을 대는 역할에 머물기로 했다.
푸르덴셜생명의 순자산(자본) 규모는 작년 9월 말 기준 3조1266억원이다. 지난 1월 예비입찰 당시 푸르덴셜생명 입찰가격은 최대 2조원대 중반으로 추산됐다. 장부가 대비 80% 수준의 가격을 인정한 셈이다. 매각 주체인 PIIH는 작년 신한금융에 팔린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처럼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을 인정받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종가 기준 보험업 1위 삼성생명의 PBR은 0.16배, 3위 한화생명의 PBR은 0.06배로 떨어졌다. 푸르덴셜생명의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유일한 금융사이자 유력 인수 후보로 꼽히는 KB금융은 상대적으로 약한 자회사 KB생명을 보강하기 위해 푸르덴셜생명에 눈독을 들여왔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오는 11월 두 번째 임기를 마치는 만큼 재차 연임에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인수에 적극 나설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면서 KB금융이 제시한 인수가격도 당초 거론되던 수준에 비해 수천억원가량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앤컴퍼니 역시 예비입찰 때를 밑도는 가격을 적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IMM PE는 우리은행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우리은행이 인수자금 대출(인수금융) 역할만 하겠다고 선을 그으면서 다소 힘이 빠졌다. 대만계 푸본생명도 완주를 장담하고 있지만 큰 변수는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매각 측은 3개월 안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을 계획이다.
이상은/김채연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