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한국에서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은 3만2000여 명에 이른다. 평소 심장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아가도 짧은 시간 측정하는 기존 심전도 검사로는 심장질환을 발견하지 못한다. 단발적 검사 후 심장 발작을 일으키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던 이유다. 이 같은 기존 심전도 측정기의 단점을 보완해 최장 14일 동안 모니터링할 수 있는 패치형 심전도 측정기가 에이티센스의 ‘에이티패치’다.
간편하게 부착하는 심전도 측정기
정종욱 에이티센스 대표는 19일 경기 성남시 분당 사무실에서의 인터뷰에서 “심장은 온몸에 필요한 혈액을 공급하는 ‘우리 몸의 엔진’이지만 정확하게 심전도를 측정하는 기기가 없었다”며 “작고 가벼워 몸에 부착한 채 보다 긴 시간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는 제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2017년 9월 에이티센스를 설립한 후 2년 만인 지난해 8월 에이티패치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 허가를 받으며 성능을 입증했다.
에이티패치는 기존 제품의 단점을 보완해 심장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제품이란 평가를 받는다. 현재 병원에서 주로 사용하는 심전도 측정기인 홀터 심전계는 전선을 여러 개 부착해야 하며 무게가 500g가량으로 무겁고 샤워를 할 수 없어 환자들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 측정 시간이 24~48시간에 불과해 불규칙한 심전도를 측정하기 어렵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이에 비해 에이티패치는 외부 전극이나 전선 없이 심장 위에 간편하게 부착하는 방식이다. 무게가 12.8g에 불과하고, 가로 84㎜ 세로 39㎜로 아주 작으며 방진·방수 기능이 있어 샤워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최대 14일, 실시간 모니터링을 사용할 경우 최대 11일 동안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정 대표는 “해외 연구 결과에 따르면 11일 이상 측정했을 경우 심전도의 이상 유무를 97.4% 검출할 수 있다고 한다”며 “장기 모니터링이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선진 의료시장에서 심장질환 진단의 트렌드”라고 말했다.
실시간 심박데이터 송출 기능도
에이티패치는 심전도 측정 결과를 기기에 저장해 놓는 것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 휴대폰 앱으로 전송하는 라이브 기능까지 갖췄다. 측정하는 기간 동안 부정맥과 같은 심박 이상이 나타나면 이를 즉시 확인할 수도 있게 된 것. 선두 주자인 미국 아이리듬의 지오-XT에는 없는 기능으로 부정맥 발견 시 의사들의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하다. 가격은 지오-XT가 350달러 수준인 데 비해 에이티패치는 100달러 정도로 책정할 계획이다. 아이리듬은 지오-XT를 앞세워 기존 홀터 제품을 대체하며 지난해 연간 약 2억달러의 시장을 창출했다.
에이티패치는 정확한 센싱을 통해 심박 측정 시 잡음(노이즈)을 줄여 임상병리사가 짧은 시간 동안 정확하게 심박 이상을 구분할 수 있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에이티패치는 분당서울대병원과 환자 146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제품 인증을 받은 뒤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수가 조정 작업을 거치고 있다. 최근 아이마켓코리아와 국내 독점 판권 계약을 맺었으며 올해 대형 병원 한두 곳에 납품을 시작해 최대 1만 대를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미국 유통사를 비롯해 일본 업체와도 유통 판권을 협의 중이다.
향후 이 기술을 활용해 무선으로 환자의 심박, 호흡, 맥박, 체온, 산소포화도 등을 확인하는 무선 환자 모니터링 장치도 개발하려고 구상 중이다. 휴대용 중이염 내시경, 연속 혈압계, 장기 혈당계 등도 과제로 삼아 개발을 준비 중이다. 정 대표는 “반도체, 휴대폰에서 세계 1등 제품을 생산한 한국이 향후 웨어러블 의료기기 분야에서도 세계를 선도할 것”이라며 “심전도 측정기를 시작으로 세계 1등 의료기기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