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음원 사재기' 논란…SKT·네이버가 해결한다

입력 2020-03-19 17:32
수정 2020-03-20 01:54
‘음원 사재기’ 논란으로 추락한 음원 차트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음원 플랫폼 업체들이 발벗고 나섰다. 플로(SK텔레콤), 바이브(네이버) 등이 음원 차트 분석을 정교화하고, 수익 정산 방식을 바꿔 사재기 유인을 줄이겠다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음원 사재기는 음원 제작회사 등이 조직적으로 특정 음원을 돌려 순위를 올리는 행위다.


음원 사재기 해결책 속속

음원 플랫폼 플로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공신력을 높인 ‘플로 차트’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19일 발표했다. 새 차트는 분석 기간을 24시간으로 넓힌 게 특징이다. 기존 실시간 차트는 1시간 단위로 음원 재생횟수를 분석했다.

분석 단위 확대는 음원 사재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1시간 동안의 정보로 순위를 결정하다 보니 차트가 왜곡되는 일이 잦았다는 설명이다. 24시간으로 분석 기간을 늘리면 사재기 등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잡아내기 쉽다. 사재기 정황이 뚜렷한 트래픽은 순위 결정에서 배제된다. 비정상적인 움직임이라고 판명되더라도 차트에서만 빠질 뿐 정산은 이뤄진다. 팬들의 ‘스밍총공(자발적인 스트리밍 반복 재생)’은 정상적인 움직임으로 봐 거르지 않는다. 플로는 SK텔레콤과 함께 AI 기술을 이용해 비식별화된 이용자의 청취시간, 취향(앨범·아티스트의 다양성) 등을 분석하고 있다.

앞서 9일 바이브는 음원 사재기 해결을 위해 정산 방식을 기존 ‘비례 배분제’에서 ‘인별 정산’으로 바꾸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비례 배분제는 이용자의 총 이용요금을 모은 뒤 음원별 재생 횟수 비중에 따라 저작권자에게 나눠 지급한다. 인별 정산은 각 이용자가 들은 음원에만 정산을 해준다.

예를 들어 비례 배분제에서는 이용자가 가수 A의 음원을 듣지 않아도 전체 순위가 높으면 이용요금 중 일부가 A에게 간다. 인별 정산을 하면 이 이용자가 낸 요금은 A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네이버 관계자는 “순위권에 있는 가수에게 더 많은 수입이 돌아가는 구조가 깨지면서 사재기 유인도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후발주자의 ‘판 흔들기’

음원 플랫폼업계는 사재기의 해결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차트의 신뢰가 떨어지면서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업계 1, 2위인 멜론(카카오)과 지니뮤직(KT), 5위 벅스 등은 새 정산 방식을 두고 신중한 입장이다. 현행 정산 제도가 문화체육관광부와 업계, 저작권자 등의 협의로 결정된 방식이라는 이유에서다. 애플뮤직, 스포티파이 등 해외 음원 플랫폼 역시 이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플로와 바이브의 시도가 ‘반쪽짜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새 정산 제도를 반대하는 저작권자, 음악 제작사가 상당해서다. 이 업체들이 선보이는 차트가 탄력적으로 순위를 반영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업계에서는 후발주자인 플로와 바이브가 적극적으로 사재기 해결책을 내놓은 이유로 ‘판 흔들기’를 꼽았다. 기존 업체들과의 차별화를 무기로 점유율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플로와 바이브는 2018년 첫선을 보인 신생 음원 플랫폼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산 방식 등 민감한 사안을 건드린 것은 기존 플랫폼과의 차별화를 위한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