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2020시즌 국내 개막전이 결국 취소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다.
KLPGA는 19일 “4월로 예정된 롯데렌터카 여자오픈과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대회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은 다음달 9일 롯데스카이힐제주에서,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는 다음달 24일부터 경남 가야CC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이로써 4월 KLPGA투어 대회는 오는 30일 개막하는 메이저대회 크리스 F&C 제42회 KLPGA챔피언십을 제외하고 모두 취소됐다.
시즌 첫 메이저대회가 개막전 될라
KLPGA는 2020시즌을 지난해 12월 베트남에서 열린 효성챔피언십으로 시작했다. 이후 3월 대만에서 대만여자오픈을 열고 4월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으로 일정을 이어갈 계획이었다. 앞서 KLPGA는 코로나19 여파로 대만여자오픈을 취소했고,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 이어 치를 예정이던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 역시 열지 않기로 했다.
다만 매년 국내 첫 대회로 시작해 ‘실질적인 개막전’으로 여겨지는 롯데렌터카 여자오픈만큼은 끝까지 취소 발표를 하지 않고 버텨왔다. ‘도미노 취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날 결국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선언하며 스포츠 대회 행사에 큰 지장을 주는 어려운 상황에 처했고 관계자들과 깊이 있는 논의를 거쳐 대회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KLPGA투어의 다음 일정은 4월 30일 경기 양주의 레이크우드CC에서 개막하기로 잡혀 있는 KLPGA챔피언십이다. KLPGA의 시즌 첫 메이저대회가 졸지에 국내 개막전이 돼버린 것이다. 하지만 KLPGA챔피언십도 위태롭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한 대회 운영사 관계자는 “5월 대회들의 개최 여부를 놓고 관계자 간 논의가 물밑에서 오가고 있다”고 전했다.
고민 깊어지는 남자투어
불과 사흘 전(17일) 2020시즌 일정을 발표한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천신만고 끝에 확보한 대회가 코로나19 확산 사태의 사정권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앞서 구자철 신임 KPGA 회장은 지난해보다 2개 대회 늘어난 17개 대회로 치른다고 발표했다. 남자 골프의 인기 하락으로 대회 수가 갈수록 줄어들던 추세를 감안하면 상당한 성과다.
하지만 이날 여자 대회들이 먼저 취소를 발표하면서 KPGA 정상 개막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당장 개막전인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이 다음달 23일로 예정돼 있다. 취소된 KLPGA투어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와 같은 시기다. KPGA 관계자는 “개막전의 프로암 취소나 무관중 대회 등 여러 방안을 놓고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대회 운영사들도 심각한 매출 손실에 신음하고 있다. 또 다른 대회 운영사 관계자는 “대회별로 다르지만 보통 대회가 취소될 경우 투입된 준비 비용 등은 스폰서가 메워준다”면서도 “회사 부담인 인건비 등 자체 운영비가 문제”라고 말했다. 지금 대회를 열지 못하면 인력을 감축해야 하고, 더 나아가 회사가 문을 닫는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는 얘기다.
한편 또 다른 실외 스포츠인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도 이날 개막 연기를 발표했다. 다음달 25일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서킷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슈퍼레이스 1라운드 경기는 5월 23일로 미뤄졌다. 슈퍼레이스 조직위원회는 19일 “코로나19의 전국적인 확산에 따라 드라이버, 정비사, 팀 관계자, 후원사, 진행요원 등 대회 관계자들의 안전을 위해 2020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개막 일정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