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증에서부터 심각한 자살 충동까지. 25년간 우울증을 품고 살아온 에마 미첼은 자연에서 위안을 얻는다. 자신을 치유의 길로 들어서게 해준 숲과 동물, 정원과 꽃에 대한 이야기를 《야생의 위로》에 담았다.
미첼은 박물학자이자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다. 그 덕분에 생생한 사진과 함께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세밀한 일러스트가 책 읽는 재미를 더한다. 저자는 “냉이를 간단히 스케치하거나 상모솔새를 수채화로 그리는 것, 쉽게 찾을 수 있는 식물들로 채집 표본을 만드는 것은 산책 자체만큼이나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서술한다.
책은 우리가 자연 속에서 안도하는 것은 단순히 시각적인 효과뿐 아니라 실제 생물학적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임을 알려준다. 저자는 이런 반응의 근거를 밝히기 위해 자연이 인간의 심신에 미치는 영향을 생화학과 신경과학 연구를 인용해 설명한다.
산책하면서 들이마시는 피톤치드는 정신적 피로를 줄이고 면역과 회복력을 높인다. ‘자연적 항우울제’인 세로토닌 수치도 증가한다. 햇빛이 망막이나 피부에 닿으면 세로토닌 분비가 늘기 때문이다. 토양 속 박테리아가 신체 내 항우울제와 비슷하게 작용한다는 연구도 소개한다. 저자는 정원 일을 ‘흙을 만지며 하는 요가’에 비유한다. 산책하면서 새롭게 접하는 환경은 뇌에서 도파민이란 뇌 신경전달물질도 분비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의 일시적인 흥분을 ‘채집 황홀’이라고 한다. 인간의 오랜 채집 수렵 생활에서 식물에 대한 긍정적인 반사작용은 생존과 직결되는 요소였다는 설명이 흥미롭다.
책은 열두 장으로 구성돼 있다. 10월부터 9월까지 한 달씩을 한 장에 담았다. 시간의 흐름과 계절에 따라 바뀌는 자연의 모습을 담담한 필체로 그려간다.
저자는 자신의 우울증을 고백하는 것으로 책을 시작한다. 하지만 우울증을 극복해야 하는 대상으로만 여기진 않는다. 우울증을 인정하고 달래며 함께 걷는다. 저자는 “말로스 해변과 할아버지의 정원에서 자연과 처음 만나 느낀 강렬한 기쁨을 거듭 경험하고 싶은 욕구가 나를 계속 살게 해줬다”고 말한다. (신소희 옮김, 심심, 272쪽, 1만8900원)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