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덮치면서 산업계 전체에 장기 불황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졌다. 국경을 초월한 코로나19 대유행 사태로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기업인들의 사업 의욕마저 꺾이고 있다.
18일 서울 개포동 본사에서 만난 이병기 곰앤컴퍼니 대표는 “코로나19가 할퀸 상처가 크지만 온라인화 등 기존에 없던 새로운 틈새시장을 열어나갈 것”이라며 “영상 콘텐츠 재생과 유통에서 쌓은 기술력 및 노하우를 발판 삼아 다양한 소프트웨어로 언택트(비대면) 시대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곰앤컴퍼니는 곰플레이어 등을 서비스하는 소프트웨어업체다. 벤처 1세대 창업 붐이 일던 시기에 설립돼 업력 22년차를 맞은 강소기업이다.
언택트 시대에 영상 편집 주목
대학들이 개강을 연기하고 수업을 온라인 강의로 대체하면서 영상 편집 프로그램이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곰믹스 프로 등 곰앤컴퍼니가 내놓은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의 최근 매출은 전년보다 1.5배 늘었다. 초보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편집과 자막, 폰트 스타일 등을 제공하는 입문용 편집기다.
이 대표는 “새내기 대학생인 아들이 온라인 강의를 쭉 훑어보더니 단번에 평가하더라”며 “급증하는 온라인 강의 수요에 맞춰 편리하고 유익한 영상 관련 도구를 제공하는 게 우리 목표”라고 설명했다.
청소년이 장래 희망 1순위로 유튜버를 꼽을 만큼 많은 사람이 영상 제작에 관심을 보인다. 곰앤컴퍼니가 곧 출시하는 ‘페이퍼 비디오’(가제)는 인공지능(AI)을 접목해 문서를 영상으로 바꿔 주는 솔루션이다. 성우 훈련을 받은 AI가 영상에 목소리를 입히고 자막도 추출한다. 이 대표는 “AI를 활용해 기존 아날로그 문서를 쉽고 편리하게 디지털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의 수요가 많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2년차 전문기업 저력 보여줄 것”
곰앤컴퍼니의 전신은 이 대표와 배인식 전 대표, 곽정욱 이사회 의장 등 4명이 의기투합해 1999년 공동 창업한 그래텍이다. 이들은 전국 대학 컴퓨터동아리인 유니코사 출신 선후배로, 긍정을 뜻하는 ‘그래’와 ‘테크’를 합쳐 회사 이름을 지었다. 2003년 내놓은 곰플레이어가 세계에서 인기를 끌었고 2006년엔 토종 방송 플랫폼(OTT) 곰TV를 내놓으며 영역을 확장했다. 하지만 야심차게 뛰어든 게임방송사업이 고전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며 사업 재편에 주력했다. 동영상 전문기업으로 재도약하겠다는 취지에서 2017년 사명을 곰앤컴퍼니로 바꿨다.
연내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캄보디아와 베트남, 말레이시아의 현지 통신업체 및 콘텐츠 공급회사와 제휴해 주요 소프트웨어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최근 6주간 주요 도시를 돌며 시장조사 등을 마쳤다. 이 대표는 “동남아 지역이 1인당 국민총생산(GDP)은 낮지만 모바일 보급률은 높아 승산 있는 시장”이라며 “현지인에게 영상 편집 등을 강의하며 생활 속으로 파고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곰앤컴퍼니는 ‘All about Video(영상에 대한 모든 것)’라는 모토를 세웠다. 아시아인이 곰앤컴퍼니 소프트웨어를 통해 영상을 보고 제작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탄탄한 플랫폼 비즈니스를 꾸려가는 게 이 대표의 꿈이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