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모씨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 관리 책임자였던 KIST 책임연구원 정모씨가 법정에 출석해 "대학교 2학년생이 KIST에서 사실상 할 수 있는 업무는 없다"며 "조씨가 잠깐 지나간 학생이라 기억 안 나지만 하루종일 엎드려 잤다는 얘기를 들어 그나마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열린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재판에선 정모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검찰은 이날 정씨와 조씨가 주고받은 이메일을 공개했다. 해당 이메일에선 정씨가 조씨에게 '인턴활동과 관련해 관심분야에 대한 의견을 알려달라'고 했지만 조씨는 6일 가량이 지날동안 답을 하지 않았다.
또한 정씨가 'KIST엔 언제 첫 방문 할거냐'고 묻는 이메일에서도 2주동안 답을 하지 않았다. 조씨는 이광렬 전 KIST 기술정책연구소장이 연락을 취하자 그제서야 정씨에게 '답을 늦게 드려 죄송하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이 전 소장은 조씨의 KIST 허위 인턴활동 증명서 발급에 관여한 인물로 알려져있다.
검찰은 이날 정씨에게 KIST에서 인턴들이 주로 어떤 활동을 하는지 물었다. 정씨는 "통상 인턴들에겐 논문 정보를 검색하거나 실험도구 세척 등의 보조적인 업무를 맡긴다"며 "저희가 하는 업무는 정확한 결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기술이 없는 학생들은 데이터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교 2학년생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며 "논문 읽고 공부하고 설거지하는 것 도와주라고 지시한 정도"라고 말했다.
검찰은 조씨에 대한 정씨의 기억도 물었다. 정씨는 "너무 잠깐 왔다 간 학생이라 기억이 잘 안난다"며 "실험실원에게 특이사항이 있었는지 확인했는데 (조씨가) 하루종일 엎드려 자고 있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어서 그나마 기억하고 있다고 진술했었다"고 말했다.
영어 논문번역 작업에 대해서도 "실험기구를 세척하더라도 무엇을 위해 세척하는지는 알아야 하기 때문에 논문을 주고 알아서 공부하라고 한 정도"라며 "번역본이나 요약본을 가져오라고 지시한 적 없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