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그녀의 마음을 녹인 서강준의 다른 점

입력 2020-03-18 15:28
수정 2020-03-18 15:30

JTBC ‘날찾아’ 겨울왕국과도 같던 박민영의 마음에 사랑이 봄바람을 타고 살포시 안착했다. 사람에게 상처받은 그녀에게 봄의 기운을 불어넣은 서강준은 다른 사람들과 무엇이 달랐을까.

JTBC 월화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에서 차디찬 겨울을 지나 어느덧 찾아온 봄처럼 목해원(박민영)의 마음에도 봄의 온기가 찾아왔다. 봄 같은 남자 임은섭(서강준)의 따뜻함이 해원에게도 서서히 번진 것. 그 온기에 마음의 꽃을 하나, 둘 피우던 해원은 결국 “네가 좋아”라며 진심을 담아 고백했다. 누군지도 잘 몰랐던 은섭이 “난로 위 주전자처럼 따뜻한 사람”이 된 순간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교실 뒤에서 조용히 책만 읽던 은섭은 “책 읽는 왕따”였다. 그래서 해원은 그가 누군지도 몰랐고, 심지어 은섭과 3학년 때도 같은 반이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을 정도로 그 존재감은 미비했다. 그러나 10년의 세월이 지나 다시 만난 은섭과 우연한 계기들로 함께하면서 그토록 갈구했던 따뜻함을 느꼈다. 그렇게 살며시 찾아온 잔잔한 봄바람은 해원을 꼭 안아주고 있었다.

해원은 사람에게 받은 상처들이 많아 “싫다는 데 무작정 집 앞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싫었다. 누군가에겐 로맨티스트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녀에겐 싫다는 마음을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무례한 사람일 뿐이었다. 그래서 거절하는 마음을 존중해주지 않고, 사과받기 싫은 마음을 무시하면서까지 해원과 예전처럼 돌아가길 바라는 보영(임세미)이 부담스럽고 싫었다.

은섭은 달랐다. 선을 긋고 이 선을 넘지 말라며 경고해오는 해원에게 다른 무례한 사람들처럼 다가가지 않았다. 그저 그 선 밖에 서서 해원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줬고, 뒤에서 든든히 지켜봤다. 해원과 보영의 사이에도 절대 끼어들지 않았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벌써 몇 번이고 조언을 빙자한 간섭을 했을 테지만, 은섭은 그저 묵묵히 해원의 말을 들어주며 지지해줄 뿐이었다. 그러다가 그녀의 머리가 복잡해 보이면 따뜻하게 난로를 틀어주곤 혼자 감정을 다스릴 수 있게 자리를 비켜줬고, 아파하면 뜨거운 커피 한 잔으로 마음을 누그러뜨려 줬다.

그런 그의 배려는 절대 티를 내는 법이 없었다. 언제나 해원의 처지를 한발 앞서 생각하지만, 선을 지킬 수 있는 내에서만 배려한 것. 그 사소하지만 섬세한 배려들이 난로 위 주전자처럼 해원을 은은하게 데워주고 있었다. 키다리 아저씨처럼 그렇게 묵묵히 뒤를 지켜온 은섭 때문에 마음의 추위도 서서히 녹아가던 해원. 마침내 자신의 감정을 알아채곤 그를 향해 진심을 전하며, 10년간 이어졌던 은섭의 짝사랑도 마침표를 찍었다. 그토록 기다린 순간을 마주한 은섭은 해원의 고백에 어떤 답을 들려줄까.

‘날찾아’는 매주 월, 화 밤 9시 30분 JTBC에서 방송된다.

이준현 한경닷컴 연예·이슈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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