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시장 조성자들에 적용되는 '공매도 의무 규정'을 유예하기로 했다. 시장 조성자에 대한 공매도 예외 조항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계속되자 사실상 유동성(자금 흐름) 공급을 위한 시장 조성자의 공매도까지 중단시킨 셈이다.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전날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한화투자증권 골드만삭스 등 12개 시장 조성자에 '공매도 축소 과정에서 의무미이행에 따른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시장 조성자는 주식 시장의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매도 및 매수 양방향의 호가를 제시하도록 한국거래소와 계약을 맺은 투자자 또는 기관을 말한다. 9개 국내 증권사와 3개 국외 증권사 국내 법인이 시장 조성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의무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할 의무가 있다.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공매도 등을 통한 헤지(위험회피) 거래는 필수다. 때문에 금융당국은 이들에게 공매도 거래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헤지 거래, 시장조성 호가 등을 투기성 공매도로 볼 수 없고 시장 유동성 공급을 위해서는 공매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과 개인에 대한 공매도 금지 조치가 전면 시행된 지난 16일에도 시장 조성자들의 공매도(코스피+코스닥)는 4686억원에 달했다.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시장 조성자에 대한 예외 조항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배경이다.
금융위와 한국거래소는 지난 16일 논의를 거쳐 당분간 시장 조성자의 공매도 의무 내용을 유예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시장 조성자는 그동안 의무적으로 정규 시장(오전 9시~오후 3시30분) 내에 공매도를 해야 했지만 이제는 절반의 시간 내에만 공매도를 하면 된다. 또 838개의 시장 조성 종목 가운데 419개에 대해서만 공매도를 해도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호가 스프레드(매수·매도 가격 차이) 역시 거래소와 계약으로 정한 범위(4~8틱·가격 단위)에서 절반(2~4틱)으로 줄인다. 매도·매수 양방향 호가 격차를 줄여 거래 자체를 줄이겠단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결정은 시장 조성자의 유동성 공급 의무를 줄여서라도 공매도에 대한 비판 여론을 잠재우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면서 "현재와 같은 급락장에서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화될 경우 유동성이 줄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