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침체한 소비 끌어올려라'..日도 1인당 14만원 지급 검토

입력 2020-03-18 15:20
수정 2020-03-18 15:22
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침체에 빠진 소비를 끌어올리기 위해 전 국민에게 1인당 1만2000엔(약 14만원) 이상의 현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민 한 사람 당 1000달러(약 124만원)를 주는 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현금을 뿌려서 소비를 살리려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18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와 여당인 자민당은 오는 4월 내놓을 코로나19 긴급경제대책에 현금지급안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를 위해 17일 총리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을 만나 긴급경제대책을 논의했다. 회담을 마치고 나온 기시다 정조회장은 "큰 틀의 방향성에 대해 의견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리먼 쇼크' 당시인 2009년에도 경기부양책의 하나로 전국민에게 1인당 1만2000엔(18세 이하와 65세 이상은 2만엔), 총 2조엔을 뿌린 적이 있다. 이번에는 2009년보다 더 큰 규모의 현금이 지급될 것이라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자민당 당국자는 "과감한 액수가 필요한 만큼 긴급재정 규모도 작년 말 13조2000억엔을 넘어 적어도 15조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11년만에 현금지급안을 꺼내든 건 바닥을 기는 소비를 진작시키려는 고육책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17일 자민당 양원의원총회에서 "경기를 'V자'로 회복시키기 위해 과감하고 강력한 경제정책을 전례에 구애받지 않고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 진작 대책으로 그간 야당과 여당 일부는 지난해 10월 10%로 올린 소비세율을 다시 인하하자는 주장을 펴왔다. 하지만 소비세율을 올린지 반 년도 안돼 다시 세율을 인하하면 현장의 혼란이 크고, 사태가 진정된 후 세율을 되돌리기도 어렵다는 반발이 컸다. 세율 인하가 소득증가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걸림돌이었다.

각급 학교의 일제 휴교로 육아에 어려움을 겪는 가정에 한해 혜택을 주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고령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없다는 반론에 부딪혔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수혜자들의 폭이 넓고 효과가 즉시 나오는 현금 지급으로 방침을 굳혔다고 마이니치신문은 분석했다. 다만 2009년 현금을 뿌렸을 때 국민들이 받은 현금을 사용하는 대신 저축으로 돌려 소비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어 긴급대책의 효과는 미지수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