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의 대표 상품은 신라면이다. 국내는 물론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있다. 요즘은 분위기가 좀 다르다. 짜파게티가 농심에서 가장 핫한 제품이 됐다. 지난달 짜파게티는 해외에서 150만달러어치가 팔렸다. 작년 같은 기간의 두 배가 넘는다. 그중 절반은 미국에서 팔렸다.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상을 석권한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열린 국가여서 수요가 많았고, 로스앤젤레스(LA)에 공장이 있어 빨리 대응할 수 있었다. 미국에 이어 중국과 호주에서도 많이 팔렸다.
농심은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 후 유튜브 채널에 ‘짜파구리’ 조리법을 11개 언어로 소개하는 영상을 올렸다. 짜파게티를 팔지 않는 국가에서도 제품을 수입하고 싶다는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바레인, 팔라우, 수단 등이다. 농심 관계자는 “짜파게티를 판매하지 않는 나라의 소비자들이 짜파구리 SNS 영상을 접한 뒤, 현지 슈퍼나 마트에 짜파게티 판매를 요청해 수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짜파게티는 70개국에서 팔리고 있다.
해외뿐 아니다. 짜파게티는 국내에서도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작년에 1850억원어치나 팔렸다. 올해 목표는 2000억원. 짜장 라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경쟁 제품의 점유율은 극히 미미하다. 인기 비결로 농심 내부에선 다양한 변형이 가능하다는 점을 꼽는다. 소비자가 자신만의 조리법대로 요리하기 좋다는 뜻이다.
SNS에는 만두소, 파김치, 치즈 등을 첨가한 짜파게티가 올라오고 있다. ‘기생충’에서 한우 채끝을 넣은 짜파구리가 소개된 것은 이런 장점이 극대화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간식, 식사로도 가능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먹기 좋은, 저항감이 없는 맛이라는 점도 수십 년간 인기를 끈 비결이다.
짜파게티는 1984년 3월 19일 출시됐다.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량은 75억 개로, 축구장 35개를 덮고도 남을 양이다. 출시 36년 된 짜파게티는 ‘기생충’의 인기 덕에 제2의 성장기를 맞고 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