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공적마스크 10억장 9131억원치 확보…납품사 126곳

입력 2020-03-18 10:05
수정 2020-03-19 10:19
[2020년 3월 19일 추가] 조달청은 2020년 3월 18일 뉴스래빗의 본 보도에 대해 공식 해명자료를 내놓았습니다. 조달청은 2020년 3월 1일부터 16일까지 계약한 마스크 수량은 7억9652만장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뉴스래빗이 집계한 수량 10억장과 약 2억장 가량 차이납니다. 해명에 명시하지 않았지만 계약 금액은 약 7000억원대라고 뉴스래빗과 통화에서 18일 밝혔습니다. 조달청 마스크 계약의 정확한 금액과 수량은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정보였습니다.

나라장터 내 계약 수정 이력은 '변경 계약이력 조회' 페이지를 통해 제공되지만, 제공되는 정보는 수정된 계약 총액이 전부입니다. 나라장터를 열람하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특정 계약이 언제 수정됐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품목에 변동이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데이터 저널리즘 기법을 활용하는 저희를 포함, 일반 국민 역시 시점을 정확히 인지해 전수를 파악하기는 어려운 형태입니다.

뉴스래빗은 해명 자료 발표 전인 18일, 연락을 받고 구체적인 자료를 요청했습니다. 본 보도는 총 금액, 총 수량 외에도 이를 업체, 시기, 기관별로 상세 분석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달청은 "(자료 제공할) 시간이 없다"며 거절했습니다.

조달청이 해명한 7000억원, 8억장에 대한 공식 상세 데이터를 조달청에 요청했습니다. 기사 원문을 유지하고, 독자 여러분의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조달청 공식 해명내용을 추가로 덧붙입니다. _ 2020년 3월 19일 뉴스래빗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정부가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2020년 3월 6일부터 조달청이 마스크 공적 물량(총 생산량의 80%) 계약을 전담한지 한 주가 지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마스크는 시장에서 가장 귀한 물품이 되었습니다. 온 국민이 동네 약국을 순회하고, 재고를 찾으면 기다림도 마다 않죠. 이른바 '마스크 대란'입니다.



일선 우체국, 약국, 농협 하나로마트로 공급되는 마스크 수량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매일 공개하지만, 일일 공급량으로는 이 대란이 언제쯤 안정될지 전망해보기조차 어렵습니다. '마스크 대란'의 향방을 예측하려면 정부의 마스크 확보량 추이를 알아야 합니다.

뉴스래빗이 정부의 공적 마스크 물량 데이터를 확보했습니다. 공공기관의 마스크 공식 구매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나라장터) 계약 정보를 전수 수집했습니다. 공적 마스크 물량을 책임지는 조달청은 마스크 수급을 어떻게, 누구와, 얼마나 하고 있는 걸까요.

분석 결과, 2020년 3월 1일부터 16일까지 조달청은 '공적 판매용'임을 명시한 마스크를 10억장 이상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계약 금액으로 따지면 9107억9340만2200억원에 이릅니다.

대한민국 인구 5178만명(통계청 장래인구추계)이 '마스크 5부제'에 맞춰 1주 2매씩 구입한다면 대략 20주 가량을 보급할 수 있는 물량입니다.

3월 들어 조달청이 체결한 '공적 판매용' 마스크 계약은 모두 납기가 하루입니다. 계약한 날로부터 익일에는 정부가 마스크를 확보한다는 뜻입니다. 뉴스래빗이 확인한 2020년 3월 1~16일 10억장 이상은, 계약이 제대로 이행됐다면 보도 시점인 2020년 3월 18일 기준으로 정부가 모두 납품받은 물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분석했습니다<hr style="border: 3px solid #666; width: 25%; align:left" />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나라장터)는 공공기관이 체결한 물품 계약에 대해 계약명, 기관별, 업체별, 계약액수, 수량 등을 공개한다. 뉴스래빗은 '마스크'와 관련한 모든 계약 데이터를 2020년 1월 1일자부터 3월 16일자까지 웹 크롤링했다. 수집된 계약은 총 1385건이다.

한 건의 계약에 여러 품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품목 정보도 모두 수집했다. 계약 1385건 내 품목은 전부 3172건이다. '마스크 계약' 내에 마스크가 아닌 품목도 있어 '마스크'만 따로 추렸다.

조달청이 마스크 계약을 누구와 얼마나 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기관별, 업체별로 계약액, 수량, 단가 등을 분석했다. 시기적으로 두드러진 특징을 살펴보기 위해 월별, 일별로도 분석해 계약이 집중된 시점을 파악했다. 공공기관, 2020년 마스크 얼마나 샀을까?
1~3월 1조원, 조달청만 '93.7%' 9550억원

2020년 1월 1일부터 3월 16일까지 정부 모든 공공기관이 계약한 '마스크' 금액은 총 1조190억8004만5160원입니다.


공공기관이 1~3월 구매한 마스크 중 대부분은 3월에 계약됐습니다. 전체 1조190억8004만5160원어치 중 9460억3486만9663원이 3월에 계약됐죠. 2월 대비 16.7배, 1월에 비해서는 57.7배나 많은 양입니다.

뉴스래빗 홈페이지에서 스크롤해 기관별 계약액 확인
1~3월 계약액 중 93.7%는 조달청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2020년 1월 1일부터 3월 16일까지 9549억5749만1720원어치 마스크를 계약했습니다.

육군군수사령부(34억1699만8156원), 질병관리본부(30억3050만원)가 조달청의 뒤를 잇습니다. 상위권엔 지자체들이 많았습니다. 부산 기장군(30억1089만9600원), 울산시(21억9996만6500원), 서울시(18억2835만7100원), 강원도(18억1690만4890원)등이 계약액 상위권에 있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계약액은 26억5646만9960원 정도입니다.

다른 기관은 조달청 대비 계약액이 매우 적습니다. 1~3월 나머지 모든 기관의 계약액을 다 합해도(641억2255만3440원) 같은 기간 조달청의 10분의 1 미만입니다. 공적 마스크용으로 조달청이 계약한 수량이 압도적으로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공적 수급 시작된 3월, 조달청 계약액 9108억원
3월 4~8일 6881억원, 9~16일 2227억원
조달청이 1~3월 계약한 마스크 중에도 3월분이 가장 많습니다. 조달청이 3월 1일부터 16일까지 계약한 마스크는 총 9107억9340만2200억원으로, 전체 9550억원 중 95.4% 수준입니다. 1월 전체 156억9960만원 대비 32배, 2월 전체 284억6448만9520원에 비해서는 58배까지 급증한 셈입니다.

공적 마스크 공급을 시작한 3월 이전까지 나라장터에서 마스크 구매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담당했습니다. 식약처의 3월 마스크 계약액 22억6838만9960원까지 더하면, 정부는 3월 한 달간 마스크 계약에 9130억6179만2160원을 썼습니다. 3월 이후 공적 마스크 계약은 조달청으로 일원화됐기 때문에 식약처가 계약한 마스크는 공공기관 등에 보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뉴스래빗 홈페이지에서 자세한 조달청 계약액 확인
'공적 마스크'가 공급되기 시작한 2020년 3월, 조달청은 1~16일 중 9일간 끊임 없이 마스크를 계약했습니다.

가장 계약액이 많았던 날은 2020년 3월 5일입니다. 이 날 하루만 무려 6433억8685만5600원어치를 계약했죠. 3월 계약한 마스크 9107억9340만2200억원 중 70.6%에 이릅니다. 바로 다음 날인 6일 440억9507만600원, 9일 351억1440만원 등 계약을 꾸준히 이어나갔죠. 가장 최근인 16일엔 970억5870만원으로 3월 중 두 번째로 많은 양을 계약했습니다.
1~3월 '9550억' 마스크 몇 장일까?
10억8542만장 중 95.3% 3월에 계약

1조원에 육박하는 조달청 마스크 계약액, 낱개로 환산하면 마스크 몇 장이나 될까요. 2020년 1~3월 조달청이 계약한 9549억5749만1720원어치 마스크를 나라장터 내역에 따라 몇 장인지 환산해봤습니다.


조달청이 2020년 1월 1일부터 3월 16일까지 계약한 마스크 수량은 총 10억8542만2070장입니다. 이 중 95.3%에 이르는 10억3499만9390장을 3월에 계약했죠. 3월 들어 식약처가 계약한 22억6838만9960원어치 마스크 257만6240장까지 더하면 정부가 3월에 계약한 마스크는 총 10억3757만5630장입니다.

정부가 '마스크 및 손소독제 긴급 수급 조정 조치'를 처음 발표한 2020년 2월 26일 시점에는 어땠을까요. 조달청은 1월 1일~2월 26일까지 마스크 3855만8080장을 확보했습니다. 당시 정부가 하루 500만장씩 우체국·농협·약국에 공급한다고 했으니, 1월 1일부터 2월 26일까지 계약한 마스크가 모두 남아있었다고 해도 최대 약 8일분치로 배포를 시작한 셈입니다.

이후 조달청은 공적 마스크 배포 2일차인 2020년 2월 28일 플랜제로와 마스크 1186만4600장을 계약했습니다. 같은 날 식약처는 웰킵스로부터 50만4000장을 확보했죠.

조달청과 식약처를 합해 정부는 1월 1일~2월 28일까지 5092만6680장을 갖춘 겁니다. 다만 1~2월 계약 내용엔 '공적 판매용'이라고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1~2월 계약분 전수는 엄밀히 말하면 '공공기관 배포용'이었던 거죠. 공적 배포에 얼마나 쓰일 수 있었을지까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3월 공적마스크, 어떤 업체가 납품했을까?
조달청-126곳 계약…최다 '웰킵스' 924억원

조달청이 3월에 '공적 판매용'임을 명시하고 확보한 9107억9340만2200억원어치 마스크는 어떤 업체에서 공급했을까요.


2020년 3월 1일부터 16일까지 조달청이 계약을 맺은 마스크 공급사는 총 126곳입니다. 1월 5곳, 2월 7곳과 대비해 큰 폭으로 다양해졌죠.

조달청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나라장터는 정부나 공공기관용에서 사용하는 마스크 수요만을 담당했기 때문에 마스크 업체가 실질적으로 6개 정도뿐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3월에 계약이 오간 126개사는 대부분 '공적 마스크' 공급을 위해 조달청과 새로 거래하기 시작한 업체들이란 뜻이죠.

뉴스래빗 홈페이지에서 스크롤해 업체별 상세 확인
126개 업체 중 계약액이 가장 많은 곳은 '웰킵스 주식회사'입니다. 3월 1일부터 16일까지 조달청에 총 924억1200만원어치 공적 마스크를 공급했죠. 수량도 1억268만장으로 가장 많습니다. 평균 단가는 정확히 900원입니다.

뉴스래빗 홈페이지에서 일별 업체별 수량 전체 확인
'마스크 5부제'를 앞두고 마스크 확보량은 점차 여유로워집니다. 조달청이 3월 들어 여러 업체를 확보했기 때문이죠. 3월 4일 메디팩과 54만장 계약을 시작으로 조달청은 마스크 계약을 계속 이어갑니다.

3월 5일 계약한 마스크가 7억1254만5544장으로 가장 많습니다. LG생활건강 등 110개사가 총 6433억8685만5600원어치를 공급했죠.

이어서 3월 6일 동아제약 등 15개사와 5246만1806장, 7일 웰케어와 100만장을 추가로 계약했습니다. 3월 들어 5부제 시행 전까지 마스크를 총 7억6654만7350장 확보했죠. 3월 들어 확보한 이 마스크들은 나라장터 계약 내역에 모두 '공적판매용'이라고 명기된 물량입니다.

3월 9일 5부제 시작 뒤에도 꾸준히 계약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시행 당일인 9일 이덴트 등 5개사와 4276만장, 11일 해피라이프와 600만장, 12일 LG생활건강 등 4개사와 2433만9040만장, 13일 휴먼텍 등 5개사와 6354만장 계약했습니다.

16일에는 지난 6일 다음으로 많은 양인 1억3181만3000장을 확보했습니다.

5부제 시작 후 16일까지 약 일주일간 확보한 마스크가 총 2억6845만2040장에 이르는 셈입니다.
'공적 마스크' 실제 단가는 얼마?
장당 평균 단가 879.8원...최고 1만6500원

조달청이 2020년 1월 1일부터 3월 16일까지 구매한 마스크는 총 10억8542만2070장, 9549억5749만1720원어치입니다.

장당 평균 879.8원에 사들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실제 단가는 어떨까요. 나라장터 계약 내역을 하나하나 살펴보니 건별로 차이가 컸습니다.

뉴스래빗 홈페이지에서 스크롤해 전체 품목 단가 확인
조달청 매입 마스크 10억8542만2070장 중 가장 단가가 높은 제품은 웰킵스 주식회사의 'Welkeeps-61500' KF80 마스크입니다. 조달청이 2020년 1월 17일 단가 1만6500원에 10만장을 계약했죠. 다른 계약건에 비해 단가가 매우 비쌉니다. 조달청 관계자는 해당 마스크가 일반 마스크가 아니라며 "방독면처럼 눈 아래, 머리 뒤쪽, 턱까지 가리는 고가의 마스크"라고 설명했습니다.

1~2월까지는 업체마다, 혹은 같은 업체라도 제품에 따라 단가가 제각각이었습니다. 400~500원대 저렴한 마스크도 있었지만, 1600원, 2400원, 3400원짜리도 있었죠. 단가가 1000원을 넘어가는 경우 대부분 차단력이 높은 KF99 마스크이거나 방진마스크였습니다.

뉴스래빗 홈페이지에서 자세한 월별 업체별 단가 확인
3월 이후 계약건에서는 단가가 비교적 균일해졌습니다. 단가 110~120원대 의료용 마스크나 1950~2050원에 계약한 LG생활건강 접이식 마스크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업체가 모두 단가를 900~1100원으로 맞췄습니다. 정부가 3월 들어 공적 마스크 판매 가격을 1500원으로 일원화한 영향으로 보입니다.

'5부제' 첫주 4847만장 공급
3월 계약 10억장 중 4.7%…유통 더 빨라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0년 3월 9일부터 15일까지 약국, 농협하나로마트(서울·경기 제외), 읍·면 우체국 등에 공적 마스크를 총 4847만2000장 공급했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기간 나라장터에서 확인된 공적 마스크 1억3663만9040장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조달청이 3월 4일부터 16일까지 공적 판매용으로 확보해놓은 전체 마스크 10억3445만9390장에 비하면 4.7%에 불과할 만큼 일부분입니다.

식약처에 따르면 5부제 시행 전인 2020년 3월 2~8일 공급량은 3340만9000장으로 더 적었습니다. 3월에 공급된 공적 마스크를 모두 합해봐도(8188만1000장) 3월에 확보한 마스크의 10% 미만인 셈입니다. 공공기관, 의료기관 등 다른 곳에 쓰이는 부분까지 고려해도, 매우 넉넉합니다.



조달청이 3월 들어 9일(4·5·6·7·9·11·12·13·16일)에 걸쳐 확보한 10억3445만9390장은 '마스크 5부제'가 계속 시행될 경우 20주 이상 보급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양입니다. '마스크 5부제' 공급량은 정부가 확보한 마스크 규모와 비교해 매우 점진적으로 보급하는 정책임을 증명합니다.

다만 확보한 마스크가 충분함에도 여전히 공적 마스크 구매에 애를 먹고 있는 국민들이 많다는 점은 문제입니다. 확보된 10억장의 마스크가 일선 약국이나 우체국, 하나로마트 등 공적판매망으로 보다 원활히, 자주 공급될 수 있도록 유통시스템과 판매 방식을 보다 효과적으로 가다듬는 정책적 보완이 필요해보입니다.

조달청의 공적 마스크 계약은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조달청 관계자는 "현재는 조달청으로 마스크 계약을 일원화하면서 130여개의 마스크 업체들을 조달기업으로 등록해 계약을 하고 있다"며 5부제 장기화 수급에 대비하고 있다고 뉴스래빗에 밝혔습니다 !.!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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