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단] 코로나 위기 막으려면 美 관세 인하해야

입력 2020-03-17 18:24
수정 2020-03-18 00:1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 흐름을 예측하긴 아직 이르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알 수 있다. 세계 경기가 조만간 침체에 들어갈 수 있고, 이는 2001년과 2008년에 각각 시작된 경기 침체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란 점이다.

우선 경기 침체는 중국에서부터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침체기에 돌입했을 수도 있다. 중국 경제는 더 이상 기존의 성장세를 유지하기 힘들다. 1980년대 급속도로 성장한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중국 내 가계와 기업, 지방정부 등은 늘어난 부채를 갚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앞으로 10년간 중국 성장세는 이전에 비해 현저하게 더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인구 고령화와 출산율 하락, 그리고 반복해 나온 경기 부양책으로 인한 주택 과잉 공급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여기에 정부의 의사결정 과정이 점점 중앙집중화되고 있다는 것도 중국의 더딘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은 이전 불황과는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다. 수요 타격과 함께 공급 충격까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엔 질병 전염에 대한 두려움이 퍼지면서 각국 항공사와 글로벌 관광 수요가 줄어들 것이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예방적 저축은 늘어난다.

공급 측면도 충격을 받는다. 상황이 더 심해지면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봉쇄 조치 때문이든, 자의로든 직장 등 외부로 나가지 않게 된다. 예전처럼 전염병이 돌아도 인구 대부분이 생계를 위해 일터에 나가는 시대는 지났다. 이미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 등 주요 도시에선 사람들이 밖에 잘 나가지 않는 분위기다. 한국과 이탈리아에서도 많은 이가 집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경제활동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친다.

글로벌 무역도 위축된다. 각국이 서로의 코로나19 통계를 불신하며 국경을 봉쇄하기 때문이다. 이러면 세계 ‘가치사슬’이 무너진다.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국가들은 보건체계를 강화하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대규모의 적자 지출을 할 것이다. 이는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정책 입안자들과 많은 경제 평론가는 공급 측면 타격이 어떻게 경기 침체를 일으킬지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수요 부족에 의한 경기 후퇴와 달리 공급으로 인한 침체는 생산량을 급격히 감소시키고, 광범위한 물자 병목 현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물자 부족은 물가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끌어올릴 수 있다. 1970년대 중반 석유 파동 이후 세계 각국이 대부분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다.

물론 현재는 물가상승률이 높지 않다. 그러나 최근 낮은 물가상승률의 바탕엔 지난 40여 년간의 세계화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무역 마찰이 증가하는 와중에 코로나19 공포로 인해 각국이 국경마저 닫는다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진다. 물가가 오르면 이자율도 오른다. 이는 통화·재정정책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 위기는 이미 세계 주요국 경제 성장세가 둔화된 시점에 발생했다. 작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2.9%에 그쳤다. 역사적으로 세계적인 불황 수준인 2.5%와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수치다. 이탈리아 경제는 코로나19 사태 발생 직전 겨우 회복되기 시작하고 있었다. 일본은 이미 좋지 않은 시점에 부가가치세를 인상한 뒤 불경기로 빠져들고 있었고, 독일은 정치적 혼란기를 보내고 있었다.

세계적인 불황이 올 가능성은 기존 전망보다 훨씬 더 높아졌다. 정책 입안자들은 금리 인하와 재정 부양 외에도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엄청난 충격을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가장 즉각적인 충격 완화책은 미국이 무역 관세를 대폭 인하하는 것이다. 이러면 시장을 일부 진정시키고,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미국 소비자에겐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세계적인 불황 위기엔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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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