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기업들이 각국 보건당국 등과 손잡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기존 생산설비를 활용해 손 소독제, 인공호흡기 등을 생산한다.
17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프랑스 주류업체 페르노드리처드, 영국 중소 주류업체 등은 자사 시설을 일부 바꿔 손 소독제 생산에 나섰다. 정부는 이들 업체가 원활히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줄 방침이다.
앞서 프랑스 명품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고가 화장품과 향수 대신 손 소독제를 긴급 생산하기로 했다. 프랑스에 있는 크리스찬디올, 지방시, 겔랑 등 자사 브랜드의 향수·화장품 생산시설을 활용한다.
LVMH는 이번주 안으로 손 소독제 12t을 생산하는 게 목표다. 이 가운데 일부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공공병원 39곳과 보건당국 등에 무료로 공급한다. LVMH는 “프랑스 정부와 협력해 손 소독제가 필요하지 않을 때까지 생산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손 소독제가 부족해지자 수출을 금지했다. 판매자들이 폭리를 취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가격 인상을 제한하는 칙령도 내렸다.
영국 정부는 제조업체들에 인공호흡기 등 의료장비 제작을 요청했다. 영국 총리실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총리는 지난 16일 자국에 생산기지를 둔 제조업체 60여 곳에 필수 의료장비 생산을 도와달라고 주문했다. 롤스로이스, 포드, 혼다 등 자동차업체와 다이슨, JCB, 필립스 등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다이슨과 롤스로이스는 정부를 도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혼다도 잉글랜드 스윈던에서 11만 대의 차량을 생산하는 공장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맷 핸콕 영국 보건장관은 의회에서 “기업이 인공호흡기를 만들 수 있는 한 많이 제조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일각에선 기존 제조업체가 곧바로 도움에 나서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화장품 공장에서 손 소독제를 생산할 때는 재료와 배합법 정도만 바꾸면 되지만, 제조업체가 의료장비를 생산하기 위해선 생산라인 상당 부분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자동차나 청소기, 제트엔진 등을 만드는 공장에서 인공호흡기를 생산하는 게 현실적이지 않은 계획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며 “각 기업이 공급망을 재정비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기존 생산인력도 특수 의료장비 생산 교육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