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공연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공연 관람권 매출이 1월 405억원에서 지난달 208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이달 1~15일엔 49억원에 그쳤다. 이런 흐름이 지속되면 3월 한 달 매출은 100억원에도 못 미칠 전망이다. 불과 석 달 만에 매출이 75%가량 줄어드는 것이다.
공연 관람권 매출이 감소한 것은 우선 공연 자체가 취소되거나 연기됐기 때문이다. 전체 공연 건수는 1월 756건에서 2월 567건으로 감소했다. 이달 1~15일 공연은 183건에 그쳤다. 관객들의 관람권 취소 및 환불로 예매 건수도 줄었다. 1월 103만 건에서 2월엔 절반인 51만 건으로 줄었다. 이달엔 9만 건에 머물렀다.
연중 공연 성수기에 해당하는 3월 관객이 크게 줄며 공연계의 불안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1~2월은 뮤지컬을 제외하곤 대부분 공연 비수기에 해당한다. 클래식과 무용, 발레, 오페라 등은 3월부터 본격적으로 공연이 시작되는데, 올해엔 무대에 설 기회마저 잡지 못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대극장 공연 기준으로 하루 사이에 예매 관람권이 300~500표씩 취소되는 사태가 일어나는 등 공연을 올리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워낙 중요한 시기에 코로나19가 확산돼 해체 또는 파산 위기에 놓인 민간 예술단체나 제작사가 많다”고 말했다.
장르별로는 공연 시장에서 8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뮤지컬 매출이 크게 줄어 시장 전체가 영향을 받고 있다. 뮤지컬 관람권 매출은 1월 348억원에서 2월 174억원으로 반토막 났고, 이달 1~15일 매출은 41억원에 머물렀다. 3월 매출이 1월에 비해 4분의 1 수준인 80억~90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연극 매출은 더 큰 폭으로 줄어 10분의 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1월 37억원에서 이달 1~15일 2억원으로 감소했다. 클래식도 1월 1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이달 예정된 대형 공연이 잇달아 취소되며 2100만원어치의 관람권을 판매하는 데 그쳤다.
평소에도 다른 장르에 비해 관객과 공연 건수가 적은 무용과 국악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이달 무대에 오른 무용과 국악은 각각 한 편뿐이다. 무용과 국악 관람권 매출은 ‘제로’였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