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청정지대'였던 하와이까지 덮쳤다

입력 2020-03-17 17:42
수정 2020-03-18 14:01
"지역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3월 14일부터 27일까지 휴업합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 있는 의류 매장 '파타고니아'의 대문은 이런 문구와 함께 굳게 잠겨 있었다. 같은 날 인근 월마트에는 마스크와 휴지는 물론 손 세정제, 프로폴리스를 포함한 면역력 강화를 위한 영양제 코너가 통째로 텅 비어 있었다. 월마트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손님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24시간 영업하던 월마트도 15일부터 저녁 11시까지로 단축 운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이 '청정지대'라 불리던 하와이까지 덮쳤다. 미국 본토에서 확진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가운데 하와이에서도 16일 기준 10명의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나오면서다. 각종 상점은 물론 주요 관광지들도 잇따라 출입이 금지되면서 지역 사회는 급격하게 위축되는 분위기다.

지난 16일 하와이 대표 관광지이자 '쥬라기공원' 촬영지로 유명한 쿠알로아 랜치에서는 투어 가이드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특히 이 가이드는 다른 주를 여행한 이력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지역 사회 감염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쿠알로아 랜치는 모든 투어를 취소하고 22일까지 임시 휴무에 들어간 상태다. 이 가이드와 밀접 접촉한 25명이 검진을 받았으나 아직까지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마우이섬 일출 명소로 유명한 할레아칼라 국립공원 정상도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의 권고에 따라 3월 17일부터 오전 3~7시 출입을 금지한다. 모든 일출 관광 예약도 취소된다. 일출을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 경우 집단 감염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거북이 출몰지로 유명한 스노쿨링 명소 하나우마베이도 당분간 입장이 금지된다. 입장 전 단체로 자연 보호 및 안전 수칙 준수를 위해 비디오를 관람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감염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식당들도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고 있다. 스타벅스와 맥도날드 등은 테이크 아웃이나 드라이브 스루 매장만 운영한다. 하와이 전역의 애플스토어도 27일까지 폐쇄되며, 4개 백화점이 모여있는 대형 쇼핑몰인 알라모아나 센터에서도 주요 명품 매장은 물론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았다. 대부분의 매장이 재개장 일정을 따로 밝히지 않은 상태다.
하와이 주정부는 관광객들에게 하와이 방문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하는 극약처방까지 내놨다. 데이비드 이게 하와이 주지사는 17일 기자회견에서 "방문객들은 최소 30일간 휴가를 연기하고, 그 이후의 날짜로 휴가일을 재조정하길 강력히 권한다"고 말했다.
이게 주지사는 오는 20일부터 유람선에서 하선하는 모든 여행객들의 건강상태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현지 의료진은 하선자들의 체온을 재고 문진을 할 예정이다. 비행기로 도착하는 방문객을 대상으로도 조만간 똑같은 검진 절차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게 주지사는 하와이 내 모든 술집과 클럽을 폐쇄하고, 종교행사를 포함한 10명 이상의 모임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와이로의 신혼여행이나 여행을 계획했던 관광객들에겐 비상이 걸렸다. 오는 29일부터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떠날 예정이었던 김수진 씨(32)는 "유럽발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이탈리아 신혼여행 예약을 취소하고 하와이로 옮겼는데, 하와이마저도 코로나19 영향권에 있어 아예 신혼여행을 취소해야하는건 아닌지 고민"이라며 "입국 금지가 된 상황이 아니라 취소할 경우 호텔 등에 수수료를 물어야 해 손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푸념했다.

호놀룰루=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