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한달간 외국인 입국 금지"…美 이어 EU도 '국경 빗장'

입력 2020-03-17 17:28
수정 2020-06-15 00:0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걷잡을 수 없게 번지자 전 세계가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자유로운 이동을 중시하는 유럽연합(EU)마저 외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러시아와 중남미에서도 국경을 막았고 일부 국가는 외국인 출국까지 금하고 있다. 미국에선 대통령 선거 일정이 미뤄지고 있으며 각 주별로 주민들의 이동을 제한하는 조치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EU의 대통령’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1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여행이 적을수록 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다”며 “외국인들의 불필요한 여행에 대한 일시적인 금지조치를 도입할 것을 회원국 정상들에게 제안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여행금지 조치는 최소 30일간 시행되지만, 필요에 따라 연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EU 국경 폐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 주말 대부분의 회원국과 대화를 했으며 회원국들이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제안이 17일 EU 27개국 정상이 모이는 EU 정상회의에서 통과되면 모든 외국인의 유럽 여행이 전면 금지된다.


미국이 유럽으로부터의 입국을 차단한 데 이어 유럽마저 이처럼 초강수를 들고 나오는 것은 코로나19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진자를 보면 한국시간 17일 오후 4시 현재 이탈리아가 2만8000명에 달했고 스페인은 1만 명에 육박했다. 독일과 프랑스도 각각 7000명과 6000명을 웃돌고 있다.

유럽은 코로나19 공포로 ‘올스톱’됐다. 프랑스는 15일간 이동금지령을 내렸다. 특별한 이유 없이 이동 수칙을 어기면 처벌받는다.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독일, 스위스, 프랑스, 스페인 등은 일반상점 영업 중단을 명했다. 프랑스는 22일 예정됐던 지방선거 투표, 세르비아는 다음달 26일로 잡혔던 총선을 미루기로 했다.

감염자가 5000명에 육박하는 미국도 다른 모든 것을 제치고 확산 차단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오하이오주는 17일 예정됐던 민주당 프라이머리(예비선거) 절차를 중단했다. 앞서 루이지애나주는 다음달 4일 예정이던 공화당과 민주당 프라이머리를 6월 20일로 옮겼다. 조지아주도 오는 24일로 예정됐던 양당 경선을 5월 19일로 늦췄다.

수도 워싱턴DC와 인근의 메릴랜드주는 이날부터 식당과 술집 등을 전면 폐쇄했다. 메릴랜드주는 주 방위군과 경찰까지 동원해 강제하겠다고 밝혔다. 뉴욕·뉴저지·코네티컷주 등도 공동으로 이날부터 식당과 술집, 카지노 등의 영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실리콘밸리 일대 6개 카운티는 주민들에게 3주간 집에 머물라는 ‘자택 대피’ 명령을 내렸다. 미국의 대학수학능력 시험인 SAT를 주관하는 칼리지보드는 이날 5월 예정된 시험을 취소했다.

캐나다는 18일부터 미국인을 제외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거부하기로 했다. 러시아도 18일부터 5월 1일까지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단계인 중남미에서도 각종 봉쇄·폐쇄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칠레와 과테말라는 15일간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막고 있다. 과테말라는 모든 항공편의 운항을 중단했다. 콜롬비아는 5월 말까지 국경을 폐쇄하고 내외국인의 입출국을 모두 막는다. 페루도 17일부터 모든 입출국을 막기로 해 관광객의 발이 묶였다.

필리핀 정부는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인 5700만 명이 거주하는 북부 루손섬 전체를 17일부터 봉쇄했다. 루손섬은 수도 마닐라가 있는 곳이다. 필리핀 주재 한국대사관은 갇힌 교민의 이송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인도는 18일부터 EU, 영국 등 유럽에서 출발하는 자국민의 입국까지 금지하기로 했다. 또 17일부터 세계적 문화유산인 타지마할 입장도 당분간 금지하기로 했다. 싱가포르에선 70곳에 달하는 이슬람사원(모스크) 전체가 오는 26일까지 문을 닫기로 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