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올 성장률 2.1%보다 낮아질 것… 모든 정책수단 통해 대응"[종합]

입력 2020-03-16 18:55
수정 2020-03-16 18:57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는 16일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기존 전망치인 2.1%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대출제도 등 한은법상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활용할 의사도 밝혔다.

이날 한은은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1.25%에서 50bp(1bp=0.01%포인트) 내린 연 0.75%로 인하했다. 기준금리가 0%대 영역에 들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 총재는 임시 금통위 이후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세계 확산으로 글로벌 경기위축의 장기화 가능성이 커졌다"며 "금통위는 추경 편성 등 재정정책의 확장적 운용과 주요국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인하 등을 고려할때 지금 시점에서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빅컷'(큰 폭의 기준금리 인하) 단행의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이뤄진 미 중앙은행(Fed)의 큰 폭의 기준금리 인하가 한은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여지를 줬다고도 했다. 간밤 Fed는 긴급 통화정책회의(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1.00∼1.25%에서 0.00∼0.25%로 1%포인트 인하했다. 또 7000억달러 규모의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20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 달 27일 전망한 2.1%보다 낮아질 것으로 봤다. 당시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2.1%로 낮췄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이 언제끔 진정될 것이냐가 전제돼야 전망이 가능하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지만, 지난 번에 봤던 것보다 아래쪽으로 갈 리스크가 훨씬 커졌다"고 했다.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 총재는 "이는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의 변화, 주요국 정책금리 변화 등에 따라 상당히 가변적"이라며 "한은은 모든 수단을 망라해 이에 적절히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도 내놨다.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를 연 0.50~0.75%에서 연 0.25%로 인하해 시행하기로 했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시중은행이 중소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에게 돈을 빌려주면 한은이 사후적으로 은행의 조달 비용을 낮춰주는 것이다. 또 유동성을 충분한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 공개시장운영 대상 증권에 은행채를 포함하기로 했다.

이 총재는 코로나19로 시중에 자금공급이 부족해지는 사태를 막기 위해 충분히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한은법상 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그때 그때 대응하고 있고, 앞으로도 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민수/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