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TV] "집값이 금리보다 경기에 좌우되는 시대 개막"

입력 2020-03-17 07:05

▶허란 기자
안녕하세요 집코노미TV입니다. 이번 시간도 김영익 서강대 교수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금리 얘기로 좀 넘어갈게요. 주택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금리가 중요한데요. 금리가 인하됐을 때 어떤 영향을 줄지요.


▷김영익 교수
한국도 이제 금리 0%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마 굉장한 거부반응이 있을 것 같은데요. 금리는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고요. 금리엔 미래형 물가가 들어있고요. 한국은 저축이 투자보다 많아서 돈이 남아도는 경제입니다. 은행 지점장들 만나보면 이런 농담을 해요. 1997년 외환위기 전에는 기업들이 돈 빌려달라고 사정해서 목에 힘을 줬다고 했거든요.

▶허란 기자
네, 그땐 은행 대리도 기업 임원들에게 큰소리 쳤다고 하더라고요.

▷김영익 교수
그런데 지금은 은행의 돈이 남아 돌거든요. 은행 지점장들이 읍소하죠. 요새 은행의 문제가 뭐냐면 우리가 은행에 저축하면 은행은 그 돈으로 유가증권 투자를 하든지 대출을 해줍니다. 가계는 전체적으로 자금의 잉여주체예요. 전체적으로 은행에 저축한 돈이 빌린 돈보다 많거든요. 기업이라는 경제주체는 은행에서 돈을 빌려다 쓰는 거죠. 그동안 돈은 벌었는데 투자를 할 데가 별로 없으니까 은행 돈 안 빌려쓰거든요. 그래서 은행들이 고민이 많습니다. 가계와 기업 모두 저축하니까요. 그런데 은행들이 위험하다고 주식은 별로 안 사요.

▶허란 기자
그래서 채권들을 사는군요.

▷김영익 교수
네. 많이 샀죠. 채권 수요가 늘어나서 금리가 떨어지고요. 이런 현상이 1998년 일본에서 일어났어요. 일본 은행들의 자산에서 채권 비중이 10%에서 32%까지 늘어나요. 수요가 늘어나고 금리가 떨어지니까 누가 망합니까? 보험회사들이 망해요. 보험사들이 보험 팔 떄 최저금리 얼마 주겠다고 했는데 그걸 맞춰주면 역마진이 나는 거죠. 그래서 일본에서 13개 보험사가 4개로 통폐합이 됐습니다.

▶허란 기자
그게 정확하게 1998년부터?

▷김영익 교수
1998년부터 2005년 사이요. 지금 한국이 그런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겁니다. 얼마 전 신문에 이런 기사가 머릿기사로 나왔어요. 70년 생명보험 역사상 처음으로 역마진이 났다고요. 이미 계속 확대되고 있거든요.

▶허란 기자
보험주는 조심해야겠네요?

▷김영익 교수
살아남은 건 잘될 텐데 많은 보험회사들이 구조조정 하게 되는 거죠.

▶허란 기자
구조조정의 시기를 금융권이 먼저 겪게 되겠네요. 특히 보험사가요.

▷김영익 교수
증권사, 보험사가 계속 구조조정을 하고 있죠.

▶허란 기자
금리인하를 했을 때 보통의 공식은 시중의 부동자금이 부동산으로 흐른다, 그래서 집값이 상승한다는 것이거든요.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글로벌 리세션으로 진입할 수 있는 상황이고 정부 규제도 타이트하거든요. 이런 상황에서도 집값이 오를까요?


▷김영익 교수
금리에 대한 인식을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금리엔 앞으로의 경제성장률과 물가가 들어있어요. 금리가 0%대로 가는 과정인데요, 이게 이야기하는 건 앞으로 경제성장률이 굉장히 많이 떨어질 수 있고 디플레이션이 올 수도 있다는 걸 가정하는 거죠.

금리인하와 주가 그래프를 보면요 이론적으로 주가=배당금/(1+금리=기업이익증가율)입니다. 그래서 주가가 올라가려면 배당금이 늘어나든지 금리가 떨어지든지, 기업이익증가율이 올라가야 해요. 그런데 2016년 이후로 금리와 주가가 오히려 같은 방향으로 흘렀어요. 금리가 떨어져야 이론적으론 주가가 오르는데 실제 데이터는 금리와 주가가 같은 방향을 보였거든요.

▶허란 기자
이렇게 된 이유가 있나요?

▷김영익 교수
주가를 결정하는 공식에서 금리보단 기업이익증가율이 중요하단 거죠. 금리가 떨어지는 것보다 기업이익증가율이 더 떨어진다면 금리가 떨어져도 주가가 못 오른다는 겁니다. 일본이 1990년대 불황에 빠지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는데요, 한국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거든요.

▶허란 기자
반대로 말하면 기업이익증가율이 감소하면 주가도 내려간다, 금리보단 경기다?

▷김영익 교수
저는 이런 현상이 부동산시장에도 적용될 거라고 봅니다. 그동안 주태가격이 많이 오른 이유 중 하나가 금리였잖아요.

▶허란 기자
일본식 불황을 얘기하시는 거네요.

▷김영익 교수
예. 저는 가능성이, 정도의 차이지만 방향은 같이 간다고 보고 있습니다. 금리가 낮다고 해서 돈 빌려서 위험자산을 많이 사고 집 많이 사고 이런 것들요. 집 한 채는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집을 이젠 투자재로 생각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집은 그냥 사는 데다, 소비재다, 이렇게 생각하셔야 합니다.

금리에 대해선 좀 다르게 생가갷야 합니다. 0%대로 가는 과정인데, 여기엔 경제성장률과 물가가 많이 떨어질 것이란 게 담겨 있죠. 이 상황에서 어떻게 어떻게 주가와 집값이 오르겠는가. 그래서 금리와 자산가격 관계를 이제는 조금 다르게 해석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요즘 계속 이슈가 되는 게 현대화폐이론, MMT(경기부양을 위해 정부가 화폐를 계속 발행해야 한다는 주장)라고 있거든요. 그동안 중앙은행이 돈을 많이 풀고 금리를 내렸더니 빈부격차가 더 커져버렸다는 거죠. 금리가 0%대로 떨어지고 돈이 많으니까 자산가격은 올랐는데 그 자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아니라 부자들이죠. 부자들의 소득이 더 늘어난 거죠. 그래서 전반적으로 금리보단 중앙은행이 찍어내는 돈을 정부가 꼭 필요한 데 써야 한다는 겁니다. 가난한 사람들, 실직한 이들, 아니면 R&D나 인프라 투자죠. 앞으로는 중앙은행보단 세계경제가 회복하는 데는 정부의 역할이 굉장히 커질 거라고 봅니다.

▶허란 기자
대출 관련해선 집값 향방에 어떤 영향을 줄 걸로 보시나요?


▷김영익 교수
집값에서는 통화정책, 전반적인 금리보단 미시적인 접근이 적합하다고 보거든요. 최근 보면 대출증가율과 집값 상승률이 똑같이 둔화되고 있어요. 근데 대출이 잘 돼서 집값이 올랐느냐, 집값이 올라서 대출이 늘어났느냐 인과관계를 따져볼 순 있어요. 제가 분석해 보니 집값이 오르자 대출이 늘어난 경우입니다. 집값이 오를 거 같으니 대출받아서 집을 샀거든요. 그런데 집값이 더 오를 것 같자 정부가 그걸 억제해 버린 거죠. 그래서 최근 대출증가율은 많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런 걸 보면 집값이 점차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다고 봅니다.

▶허란 기자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김영익 교수님과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기획 집코노미TV 총괄 조성근 건설부동산부장
진행 허란 기자 촬영 조민경 PD 편집 지서영 PD
제작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