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계 거장' 쿠렌치스 첫 내한 무산…피아니스트 리시차는 22일 공연 강행

입력 2020-03-16 17:16
수정 2020-03-17 00:24
클래식계에서 올해 가장 기대되는 공연으로 꼽았던 지휘자 테오도르 쿠렌치스와 오케스트라 무지카 에테르나의 첫 내한 연주회가 결국 무산됐다. 공연기획사 빈체로 관계자는 1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다음달 7일과 8일 예정됐던 지휘자 쿠렌치스의 내한 공연이 취소됐다”고 말했다. 무지카 에테르나는 빈체로에 보낸 입장문을 통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우리 모두의 발이 묶였다”며 “세계 상당수 국가가 시행하는 입국 후 의무적 자가 격리와 같은 이동제한 조치 때문에 한국 투어가 불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일본 등 상당수 국가에서 한국을 방문한 뒤 입국할 경우 2주간의 격리 조치를 시행하고 있어 한국을 들르면 다른 나라에서의 연주 일정을 소화하기 힘든 상황이다. 쿠렌치스와 무지카 에테르나는 다음달 7일과 8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베토벤 교향곡 7번과 교향곡 5번 ‘운명’을 들려줄 예정이었다. 서울 공연 이후에는 10일 일본 교토, 13·14일 도쿄, 24·26일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 공연이 잡혀 있다. 일본과 러시아 공연의 취소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처럼 3월은 물론 4월 공연까지 줄줄이 취소되는 가운데 피아니스트 발렌티나 리시차(47·사진)는 내한 연주를 강행하기로 해 눈길을 끈다. 오는 2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주회 ‘격정과 환희’ 무대를 여는 리시차는 공연기획사 오푸스를 통해 한국 공연 후 자가 격리 등을 감수하고라도 약속한 공연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한국의 투명한 방역 시스템을 신뢰한다”며 “한국인들을 응원하는 의미에서 공연을 계획대로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출신인 리시차는 1991년 머레이 드라노프 듀오 콩쿠르 우승을 계기로 미국으로 이주했다. 런던심포니, 시카고심포니오케스트라 등과 협연 무대를 펼쳤고 2012년 데카레이블과 전속계약을 맺었다. 2013년 첫 내한 이후 꾸준히 한국을 찾아온 그는 이번 무대에선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피아노 소나타 17번 ‘템페스트’, 23번 ‘열정’, 29번 ‘함머클라비어’를 연주한다.

윤정현 기자 hit@hanky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