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법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내 검사 가이드라인에 들어간 유전자(RdRp)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제시한 유전자(N)와 다른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업계에서는 긴급 사용승인을 받은 첫 국산 진단시약키트를 활용한 지 한 달이 넘게 지났기 때문에 검사법을 재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내 유전자 검사로 가짜음성 확인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국내 코로나19 환자의 실시간 중합효소연쇄반응(RT-PCR) 검사 민감도를 평가한 논문이 공개됐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진단에 활용하고 있는 RT-PCR 검사법은 환자 검체에서 추출한 바이러스에서 특정한 유전자를 증폭해 확인하는 방법이다.
국내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한 명지병원과 조선대병원 의료진 등이 쓴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를 RT-PCR로 진단할 때 RdRp 유전자보다 N 유전자를 확인하는 검사가 7~43배 정도 민감도가 높았다. N 유전자를 확인하는 것이 몸속 코로나바이러스 유무를 판명하는 데 더 효율적이라는 의미다.
이들은 국내 환자 사례를 통해 이런 내용을 분석했다. 국내 17번 환자(38·남)는 증상이 시작된 초기에 RdRp 유전자 검사를 했더니 양성인데도 음성이 나오는 가짜음성 판정을 받았다. 3번 환자(54·남)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인 칼레트라를 투여한 뒤 RdRp 검사에서는 음성으로 나왔지만 10일째 되는 날 N 유전자로 검사했더니 양성으로 확인됐다.
논문을 통해 이들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확인을 위해 RdRp 유전자보다 N 유전자 사용을 권장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환자가 발생하던 초기에 WHO는 RdRp 유전자와 E 유전자를 표준으로 권고했다”며 “검사 민감도가 낮다는 논란 때문인지 지난 1월 말 N 유전자를 추가했다”고 했다. 그는 “RdRp 유전자는 효소 부분이기 때문에 양이 적게 나온다”며 “N 유전자는 쉽게 말해 몸통에 해당하기 때문에 RdRp 유전자보다 많이 나온다”고 했다.
국내는 WHO 권고 따라 시약 제작
국내 RT-PCR 검사용 진단시약을 만들 때 기준이 되는 유전자는 RdRp 유전자와 E 유전자다. N 유전자는 의무 사항이 아니다. 아직 WHO의 초기 권고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4일 국내에서 처음 승인받은 코젠바이오텍의 파워체크는 RdRp 유전자와 E 유전자만 사용해 코로나19를 진단한다.
반면 미국 CDC는 N 유전자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국내 업체 중에는 지난달 12일 두 번째로 승인받은 씨젠의 올플렉스가 RdRp 유전자, E 유전자와 함께 N 유전자를 확인한다. 솔젠트의 디아플렉스Q노블에도 N 유전자가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RdRp 유전자와 N 유전자의 민감도 차이가 코로나19 가짜음성 논란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추정했다.
코로나19 RT-PCR 검사를 위해서는 콧속과 입속 깊숙이 면봉을 찔러 넣어 검체를 채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검체를 잘못 채취하면 코로나19에 감염돼도 면봉에 묻어 나온 바이러스양이 적어 RT-PCR 검사에서 음성이 나올 수 있다. 적은 바이러스 조각도 검출할 수 있는 민감도 높은 방법이 중요하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환자의 컴퓨터단층촬영(CT), 면역검사 등을 통해 민감도를 보완하자는 요구가 나왔다. 국내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참여한 한 의료진은 “증상이 사라진 뒤 다른 유전자는 모두 음성인데 N 유전자만 양성으로 나와 퇴원하지 못하는 환자가 종종 있다”고 했다.
“정식 임상시험 통해 검사 검증해야”
유전체분석업체들은 코로나19라는 신종 감염병 진단 근거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이를 보완해 최적의 방법을 찾는 것이 정부 역할이라고 했다. 코로나19 검사 지표로 삼는 유전자별 민감도를 확인하고 표준을 만드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유통되는 RT-PCR 진단 키트는 모두 정식 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미국, 유럽 등도 마찬가지다. 감염병 위급 상황에 허가 절차를 생략한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뒤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회를 이용해 정부가 하루빨리 정식 임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내에서 정식 임상 절차를 거쳐 허가받은 제품이 나오면 세계 표준검사법으로 인정될 수 있고 국산 제품의 수출도 더욱 쉬워진다.
RT-PCR 등 분자진단 검사가 있기 때문에 항원-항체 등 면역검사가 필요 없다는 인식도 문제라는 주장이 나왔다. 면역검사는 분자진단 검사의 보완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분자진단도 정식 임상을 거치지 않은 긴급 사용승인 제품”이라며 “중국, 유럽은 물론 WHO도 면역검사법을 함께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미국 CDC의 결정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있다”며 “식품의약국(FDA)에서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제품에 N 유전자가 포함되지 않은 것도 있는 등 특정 유전자가 절대적인 부분은 아니다”고 했다. 그는 “PCR 검사는 판독 영역이기 때문에 진단검사의학회와 함께 품질 관리를 하겠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