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양정철 시나리오 근거는 중도층 없어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

입력 2020-03-15 22:42
수정 2020-03-15 22:44


"양정철 민주연구원 원장의 시나리오들은 민주당이 지역구에서 130석을 얻는다는 가정에 기초해 있습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4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양정철 원장의) 자신감 근거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판세분석을 한 후에 자기들이 보기에 가장 개연성 있는 결과로 보는 수치일 것이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진 교수는 "굳이 중도층에 호소하지 않고 열성적 지지자들만 데리고도 충분히 승리할 수도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라며 "실제로 '중도층'이 과거에 비해 얇아진 것은 사실이다. 진보언론이나 시민단체, 진보적 지식인들 중에서 '심판'의 역할을 하던 이들이 급속히 줄어들었다. 심판을 봐야 할 사람들이 선수가 돼서 아예 그라운드로 뛰어들어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작년부터 더불어민주당이 뻔뻔한 짓을 거듭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라며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들을 버젓이 저지르는 것은, 어차피 반칙을 해도 휘슬을 불어 옐로우 카드를 던져줄 계층의 힘이 현저히 약화됐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낙연이 '비난은 잠시지만, 책임은 4년'이라고 했던 것도, 어차피 이제는 진영 내에서 비난할 사람도 별로 남아 있지 않고, 설사 내부에서 비난이 나와도 오래 가지 못할 터이니 무시해도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라면서 "정치가 국가공동체를 위해 이념과 정책, 비전을 실현하는 윤리적 결단이 아니라 기득권 재창출을 위한 공학적 결정의 문제로 전락한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진 교수는 "이번 선거가 민주당의 승리로 끝난다면 아마 이 경향은 더 가속화할 것이다"라면서 "민주당은 더 뻔뻔해지고, 문빠들은 더 극성스러워질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럼 선거가 민주당의 패배로 끝나면 정신들 차릴까? 아니다"라면서 "그때는 패배의 책임을 다른 데로 돌릴 것이다. 제일 만만한 희생양은 정의당이다"라고 예상했다.

앞서 양정철 원장이 이끄는 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은 최근 작성한 '21대 총선 비례정당 관련 상황 전망, 민주당 대응전략' 보고서에서 정의당이 빠져도 비례대표 연합정당에서 17석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지도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 10일자 보도에 따르면 정의당까지 연합정당에 참여하면 연합정당의 의석수는 22석, 미래한국당은 18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정의당이 불참할 경우 미래한국당 19석, 비례연합정당 17석, 정의당 7석으로 추산됐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도둑질로 의석을 확보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등 모든 법을 퇴행시키려 한다”라며 “(비례연합정당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하반기를 책임 있게 뒷받침하고 정권 재창출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진 교수는 "완전히 정신줄을 놓으셨다"고 힐난했다.

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선언함에 따라 이 대표는 “비례대표 후보 순위 선정을 마치면 사실상 민주당의 공천을 사실상 매듭짓는다”면서 “당 지도부와 공천관리위원회는 최대한 공정하고 민주적인 공천을 하려 노력했다. 조금 부족한 면이 있더라도 널리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이낙연 민주당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합류 문제와 관련해 "비난은 잠시지만 책임은 4년이다"라고 말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