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황제' 빌 게이츠, 45년 만에 MS 떠난다

입력 2020-03-15 18:06
수정 2020-03-16 01:05

“이것은 1세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진정한 끝이다.”(미국 시사전문지 타임)

‘컴퓨터 황제’ 빌 게이츠 MS 창업자(사진)가 45년 만에 회사의 모든 공식 직함을 내려놓기로 했다. 그는 워런 버핏의 투자회사 벅셔해서웨이 이사회에서도 떠나기로 했다. 앞으로 헬스케어, 교육, 기후변화 등과 관련한 자선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방송 등에 따르면 게이츠는 지난 13일 자신의 링크트인 계정을 통해 “국제 보건과 개발, 교육, 기후변화 대응과 같은 자선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싶다”며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그는 “MS와 벅셔해서웨이의 리더십이 지금보다 강했던 적이 없었기 때문에 자리에서 물러날 적기”라고 썼다.

게이츠는 공식 직함은 모두 내려놓지만 앞으로도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 등과 계속 협력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MS 이사회에서 떠나는 것이 MS를 떠난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MS는 내 인생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고 계속해서 회사가 비전을 구체화하고 야심에 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게이츠는 1975년 어릴 적 친구인 폴 앨런(2018년 사망)과 함께 MS를 창립한 뒤 2000년까지 CEO를 지냈다. 당시 MS는 운영체제(OS) ‘도스’와 ‘윈도’를 개발해 IBM의 ‘OS2’를 제압했고, 이후 세계 PC 시장을 장악했다.

게이츠는 2000년 이후에는 MS 이사회 의장직을 맡았지만 2008년부터는 아내 멜린다 게이츠와 함께 설립한 자선단체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 운영에 집중해왔다. 이때부터 그는 헬스케어, 교육 등의 사업에 큰 관심을 보였다. 2000년 스티브 발머에 이어 2014년 나델라가 MS 제3대 CEO로 임명됐을 때 게이츠는 MS 이사회 의장직에서도 물러나고 평이사 겸 기술고문으로 남았다.

게이츠는 사회공헌, 환경보호 등에 집중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고위층의 도덕적 의무)’를 실천하는 대표적 인물로 평가받아왔다. 그는 올초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부자들은 지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며 거기에는 나와 멜린다도 포함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게이츠가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고 있는 시점에 퇴임 의사를 밝힌 것도 주목된다. 대규모 전염병의 위험성을 경고해온 게이츠는 최근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해 중국에 코로나19 기부금 500만달러를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이 재단은 또 코로나19 백신 연구 등을 위해 1억달러를 기부했다.

미국 벤처캐피털(VC) 회사인 매드로나벤처그룹의 매트 맥길와인 이사는 “게이츠의 사임은 수개월간 논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이지만 코로나19가 크게 유행하고 있는 지금 발표됐다는 것은 공공보건 분야에 경각심을 일으키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