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공짜폰 된 '갤럭시S10 5G'…신도림 '성지' 가보니

입력 2020-03-15 11:30
수정 2020-03-15 13:32

지난해 상반기 출시된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10 5G가 1년 만에 사실상 '공짜폰'이 됐다.

작년 모델이긴 하지만 5G(5세대 이동통신)를 채택한 프리미엄폰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기회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사용자들에게는 도리어 최신 플래그십(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20보다 더 입소문을 타고 있다.

KT가 이동통신3사 중 가장 먼저 갤럭시S10 5G 출고가를 기존 124만8500원에서 99만8800원으로 내린 직후인 지난 12일 '공짜폰 성지'라 불리는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상가를 찾았다.

상가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한산했다. 방문 손님과 판매 직원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고 손 소독제도 배치됐다. 그런 와중에도 판매 직원들은 다닥다닥 붙은 매장에서 불법 보조금을 종전보다 대폭 늘리는 방식으로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신도림 테크노마트 내에서도 가장 유명하다고 알려진 매장에서 상담을 받았다. 직원의 물음에 갤럭시S10 5G 256GB 모델을 보러 왔다고 답했다. "8만원 이상 고가 요금제는 가입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그러자 직원은 기기변경 기준 현금 5만원 정도만 내면 갤럭시S10 5G 기기를 판매하겠다고 했다. 갤럭시S10 5G를 정상적으로 구매하려면, 출고가 인하된 100만원 가까운 금액에 통신사 공시지원금 최대 45만원을 받아도 55만원 가량은 고객이 지불해야 한다.

정말 5만원만 내면 되느냐고 물었다. 직원은 자신이 받는 마진 가운데 일부를 손님에게 돌려주는 '리베이트'를 하면 된다고 했다. 불법보조금을 지급해주겠다는 얘기다.

직원은 출고가에서 공시지원금을 뺀 실구매가 63만원 중 58만원을 자신이 낼테니 나머지 금액만 현금으로 달라고 했다. 다른 조건이 붙는 것 아니냐고 재차 물었지만 '5G 스탠다드' 요금제(월7만5000원) 요금제를 6개월만 유지하면 되고, 그외 부가 조건은 전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기기변경이 아닌 번호이동을 할 경우 차비까지 얹어 주겠다는 파격적 제안까지 했다. 공짜폰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이후 10여곳에서 '발품'(여러 스마트폰 판매점에서 상담을 받아보는 뜻의 은어)을 팔아본 결과 재고가 많이 없어 대부분 매장에선 갤럭시S10을 찾기 어려웠다. 갤럭시S10 플러스 LTE 모델은 아예 물품이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2월 들어 갤럭시S10 5G 모델은 재고가 거의 없다. KT에 이어 이통3사가 일제히 출고가를 인하한 상황이라 소비자들이 구매하고 싶어도 물량 자체가 부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KT에 이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지난 13일 갤럭시S10 출고가를 KT와 동일하게 내렸다. 갤럭시S20 시리즈가 나온 만큼 전작 모델의 재고 소진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통사들이 갤럭시S10 지원금을 늘린 것은 5G 가입자 확보를 위해 저렴한 기기로 만든 측면도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신도림 테크노마트는 공짜폰을 다수 판매하는 소위 '빵(0)집'으로 알려져 있지만 여차하다가는 이른바 '호갱(호구+고객) 계약'을 맺기 십상이다. 일부 매장에서는 소비자 기만 행위를 일삼는 행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매장은 갤럭시S10을 사러 왔다고 하자 웃돈을 조금 얹어 최신형 기기인 갤럭시노트10이나 갤럭시S20을 사라고 제안했다. 이 직원은 "손님이 20만~30만원만 내면 저렴하게 기기를 구매하실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돕겠다"며 상담을 진행했다.

하지만 20만~30만원만 내면 된다는 당초 설명과 달리 카드 개설, 인터넷 결합 등 온갖 부가조건을 내밀었다. 싸게 핸드폰을 구매할 수 있다며 선심 쓰듯 알려준 이같은 조건은 당초 통신사와 유통망이 정해놓은 할인정책이었다. 카드 계약 등으로 마진을 따로 챙기려는 것으로 짐작됐다.

그러면서 들이민 계약 설명서엔 할부 원금 총액은 수십만원이 기재됐다. 전체 기기값을 12~24개월 등으로 나눠 할부 납입하는 방식이어서 결과적으로 기기값을 전부 내는 것과 다름없다. 기간 내에 계약을 해지하면 위약금까지 물어야 한다. 당장 내는 돈은 20만~30만원이지만 실제론 할인 받는 게 아니다. 2년 후에 구매한 기기를 이 매장에서 반납해야 한다는 조건도 붙었다.

매장 직원들이 대부분 직접 말하는 대신 계산기로만 금액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구매 상담을 진행하는 점도 눈에 띄었다. 음성이 녹음돼 신고 당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이었다. 기자가 상담 도중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자 호주머니에 넣어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도 있었다. 해당 직원은 상담 내용을 녹음해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하는 '폰파라치(이동전화 불공정행위 신고포상제)'를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 관한 법률(단통법)을 비웃듯 음지에선 여전히 불법보조금이 판치고 있었다. 하지만 방통위는 오는 5월까지 한시적으로 폰파라치 포상금을 기존 3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낮췄다.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판매점들을 지원한다는 명목이지만 직접 판매점들을 돌아본 결과 "당국이 불법을 방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