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성을 자아낸다. ‘연기 괴물’ 유재명의 포효가 시청자를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지난 13일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서는 4년의 시간이 흘러 장대희(유재명 분)가 시한부 판정을 받으며 충격을 안겼다.
장대희에게 췌장암이라는 판정이 내려짐과 동시에 6개월 밖에 살 날이 남지 않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진 것. 병색이 완연한 장대희에게 출소한 장근원(안보현 분)이 찾아왔고, 이내 시한부 판정을 받은 장대희를 앞에 두고 장근원과 장근수(김동희 분)가 말다툼을 벌이며 장대희의 분노가 폭발했다. 죽음을 앞두고 걱정하는 이 하나 없는 쓸쓸한 장대희의 모습은 어쩐지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렇게 장대희의 독기가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역시는 역시였다. 삶의 끝자락에 선 장대희가 과거 강보현과 함께 힘겹게 굴다리 포차를 운영하던 시절을 회상했고, 어린 동생에게 했던 약속을 떠올렸다. 10층짜리 건물의 주인이 된다고 약속했던 과거의 장대희는 강보현의 경시에도 “왜 못해? 뭔 수를 써도 할 거야!”라며 의지를 다졌다. 결국 모든 것을 손에 쥐었지만 공허함으로 가득 찬 장대희가 “봐라, 이 친구야! 빌어먹고, 고개 숙이고, 배신하고, 내치고, 빼앗고, 짓밟으면서! 내 인생을 갈아 넣어서 이 장가, 내가 이뤘어!”라고 광기 어린 웃음과 함께 크게 포효하며 안방 전체를 압도했다. 회한이 섞인 장대희의 외침 속에는 여전히 표독스러움으로 가득했다.
극 말미, 장대희의 소식을 들은 박새로이가 장대희에게 전화를 걸며 그의 독한 기운이 다시금 되살아났다. 아직 죽지 말라고 딱 잘라 말하는 박새로이에게 “그래. 네놈은 내 마지막 여흥이 될 거야”라고 답했다. 삶의 의욕을 잃은 듯 보였던 장대희가 박새로이를 향해 최후의 경고를하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폭풍 같은 긴장감을 예고했다.
유재명은 이날 장대희의 감정을 나노 단위로 짚어내며 명실상부 ‘연기 괴물’의 진가를 되새겼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순간 그 누구의 위로도 받지 못하는 장대희의 외로움을 가슴 깊숙이 드리우며 철저한 내면 연기로 장대희의 시한부 감정선의 시작을 알렸고, 두 아들이 눈앞에서 다투는 모습을 바라보며 찰나의 순간 서글픈 눈빛을 띠며 여느 아버지와 같은 감정을 내비쳤다. 하지만 자신의 선택으로 모든 것을 내던지고 얻은 ‘장가’였고, 그에 따른 대가였기에 감정을 겉으로 내색할 수 없었다. 유재명은 장대희의 모든 감정을 회한이 섞인 포효로 담아냈고, 그 안에는 장대희가 걸어온 삶이 있었다. 여전히 표독스러웠고 결연했다. 마치 자신이 살아온 삶이 잘못됐다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한 몸부림 같았다. 이는 오롯이 시청자들에게 전해지며 숨 막히는 몰입 끝에 유재명의 미친 연기에 대한 감탄으로 이어졌다. ‘연기 괴물’ 클라쓰를 제대로 선보인 유재명의 끝없는 연기 질주에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한편, 유재명이 인생캐를 새로 쓴 ‘이태원 클라쓰’는 금, 토 밤 10시 50분 JTBC에서 방송된다.
이준현 한경닷컴 연예·이슈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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