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웅 쏘카 대표(사진)가 "타다 서비스를 더이상 유지할 방법이 없다.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쏘카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13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타다는 국내외 투자자들의 투자금으로 미래를 보고 운영했던 서비스다. 미래가 없어지는 순간 신규투자는 아무도 하지 않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통과로 타다는 하루아침에 불법이 됐다. 대통령의 거부권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잘못된 정책으로 일자리를 잃게 된 드라이버들에게는 최소한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 대표는 택시 기반으로 국내 모빌리티 혁신이 이뤄지는 데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다른 나라처럼 모빌리티 혁신을 과감하게 허용하진 못하더라도 제도권 내에서 하는 타다 같은 시도는 부족한 점이 있으면 보완하고 규제할 부분이 있으면 규제하면 됐을 것"이라며 "가장 나쁜 '입법으로 금지'시키는 선택을 한 정부는 혁신을 꿈꾸는 많은 이들은 물론 한국에 투자하겠다고 하는 투자자들에게도 아주 나쁜 메시지를 줬다"고 비판했다.
쏘카 대표이사직을 내놓은 이유에 대해서는 "타다 드라이버의 일자리도 못 지켰고, 투자자들의 믿음도 못 지켰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혁신의 꿈도 못 지켰다"며 "사회를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탓이 크다"고 부연했다.
쏘카는 이날 다음달로 예정됐던 타다의 기업 분할 계획도 철회했다. 당초 타다의 모회사 쏘카는 타다를 인적 분할해 별도 회사로 분리한 뒤 쏘카는 카셰어링(차량공유), 타다는 라이드셰어링(승차공유)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었다.
쏘카 이사회는 신임 대표이사로 박재욱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선임했다. 박 대표는 타다 운영사 VCNC 대표를 겸직한다.
다음은 이재웅 쏘카 대표의 발언 전문.<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이 어려운 시기에 타다금지법 통과로 하루아침에 사업이 불법이 되었습니다.
국토부는 제발 이 경제위기는 피해달라고 하는 저희의 목소리도 무시하고, 장차관이 총 출동해서 타다금지법을 통과시켰습니다. 대통령의 거부권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다음주에는 타다금지법 통과를 자축하는 택시기반 모빌리티업계 초청 장관 간담회까지 연다고 합니다. 저희는 일자리가 없어지는 수많은 드라이버들에게 사정하고 사과하고 대규모 적자를 무릅쓰고 한달이라도 더 운행해서 그분들 생계를 도우려고 하고 있는 상황인데, 정작 그 분들에게 사과를 하고 대책을 마련해야할 국토부 장관은 말 한마디 없습니다.
수십년동안 국토부의 정책실패로 혁신되지 않던 택시가 타다가 금지된다고 혁신될 것이라고 믿는 것도 말도 안되지만, 택시 혁신을 위해서 타다를 금지하겠다는 정책을 밀어붙인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잘못된 정책으로 일자리를 잃게 된 드라이버들에게는 최소한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해야합니다.
법 개정으로 1년 6개월 뒤에 불법이 되는 서비스를, 검찰은 법원의 무죄 판단을 불복하고 항소해서 다시 긴 재판을 받아야 하는 서비스를 더 이상 유지할 방법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의 지원금 한푼 안 받고 운행되었던 서비스입니다. 국내외 투자자들의 투자금으로 미래를 보고 운영해왔던 서비스입니다. 미래가 없어지는 순간, 신규 투자는 아무도 하지 않습니다. 타다는 독립법인으로 가는 꿈, 또 하나의 유니콘으로 가는 꿈을 접습니다.
회사는 분할을 취소하고 베이직 서비스는 중단하고, 어떻게든 다시 쏘카와 힘을 합쳐서 생존을 해보려고 합니다. 모빌리티 혁신으로 세상을 움직이겠다는 목표로 하나로 뭉쳐서 변화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저도 옆에서 열심히 돕겠습니다.
이번 법 통과는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이제는 모빌리티 혁신을 정부가 그리는 그림대로 택시기반으로 이루는 방법밖에 없는데, 모빌리티 혁신을 택시 혁신이라고만 본 이 정부의 단견이 아쉽습니다. 다른 여러나라처럼 모빌리티 혁신을 과감하게 허용하지는 못하더라도 제도권내에서 하는 타다 같은 시도는 부족한 점이 있으면 보완하고 규제할 부분이 있으면 규제하면 될텐데 가장 나쁜 입법으로 금지시키는 선택을 한 정부는 혁신을 꿈꾸는 많은 이들은 물론 한국에 투자하겠다고 하는 투자자들에게도 아주 나쁜 메시지를 줬습니다.
혁신성장, 공유경제를 공약으로 내세우면 뭐합니까. 말로만 법으로 금지하지 않는 것 빼고는 다 할 수 있다고 하면 뭐합니까. 국토부, 경찰, 법원도 할 수 있다고 했던 것을 뒤집어 1년만에 금지시키는 사회가 법적 안정성이 있는 사회가 맞을까요? 매번 법을 만들어서 우버가 금지되고, 카풀이 금지되고, 타다가 금지되었습니다.
과연 그동안 소비자들의 편익은 조금이라도 나아졌나요? 아니 택시기사들의 삶은 나아졌나요? 교통약자의 이동편익은 조금이라도 나아졌나요? 공정성 문제라구요? 운 좋게 택시 면허 무료로 받은 사람들의 불법 권리금을 보호해주는 것이 모든 정책에서 최우선적으로 따져야할 공정성인가요? 택시는 규제가 많은데 타다는 규제가 없어서 불공평하다구요? 그러면 택시 규제를 풀면 되는 것이지 타다를 택시보다 더 심하게 규제해서 가두는 법을 만들어 금지시킬 일은 아니지 않을까요?
새로운 생태계를 만드는 데는 여러 참여자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1년남짓한 시간에 타다같은 드라이버, 이용자, 협력업체, 플랫폼의 생태계를 만들고 개선해온 일은 정말 어렵고도 힘든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드라이버들의 처우나 이용자의 불편사항, 사회의 요구사항에 대해서 빠르게 수용하고 발전시켜왔다고 자부합니다. 이런 생태계를 정부가 앞장서서 없애버린다고 문제가 없어지지 않습니다. 문제가 안 보일 뿐입니다. 지속적으로 생태계의 문제는 해결하도록 시간을 주고 제도적으로 보완해야지 그나마 생태계가 만들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도 생태계를 만드는 것 조차 금지하는 법을 충분한 논의도 없이 몇달만에 졸속으로 통과시키는 정부와 국회는 도대체 국민들에게 어떤 편익을 준다고 판단했을까요?
어찌되었든 졌습니다. 뭘 해도 안되었습니다. 우리가 정부정책보다도 더 앞서서 드라이버들의 4대보험을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해봤고, 심지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최대주주가 어떤 이익도 안 가져가고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하는 플랫폼 경제에서는 유례가 없는 상생책도 제시했습니다. 더 이상 어떤 상생을 해야지 이 정부는 만족을 하는 걸까요?
드라이버들이 왜 수천명이 아직도 타다에 남아 있을까요? 택시에 비해서 대리기사에 비해서 괜찮은 일자리라서 그렇습니다. 괜찮은 일자리도 만들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앞으로 회사의 지분은 사회에 다 환원하겠다고 해도, 프리랜서인 드라이버들에게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해주고 정규직에 준하는 대우를 해주겠다고 해도 이기적이라고 하면 도대체 앞으로 기업은 어떻게 해야합니까? 민간에서 일해본 경험도 없고, 경제나 산업에 대한 경험도 부족하면서 경제부처를 책임지고 있는 국토부장관을 포함한 경제관료들은 상생과 타협을 이야기하는데 더 이상 어떤 상생을 해야 이 나라에서 기업을 하고 혁신을 할 수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어찌되었든 저는 졌습니다. 타다 드라이버의 일자리도 못 지켰고, 투자자들의 믿음도 못 지켰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혁신의 꿈도 못 지켰습니다. 타다에 환호했던 170만 이용자들의 성원도 눈에 밟히고, 몇대 안되는 타다어시스트에 환호했던 교통약자들의 응원도 눈에 밟힙니다.
무엇보다도 미래가 눈에 밟힙니다. 제가 사회를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탓이 큽니다. 저를 믿어주신 여러 투자자들, 드라이버들, 동료들에게 면목 없고 미안한 마음입니다.
저는 책임을 지고 쏘카 대표이사직을 사임합니다. 저의 사임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지만, 반대로 제가 있어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이제는 다음세대에게 문제 해결을 맡겨야할 때입니다. 혁신을 꿈꾸는 후배들, 그리고 다음세대에 미안합니다. 앞을 열었어야 하는데 제 역할을 다 못하고 떠나게 되어서 면목없습니다.
하지만 사회는 언제나 혁신해왔습니다. 언젠가는 기득권도 물러날 수 밖에 없습니다.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다음 세대에게 짐만 드려 면목없지만 다음 세대에서는 지속가능한 혁신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저도 온 힘을 다해 옆에서 돕겠습니다.
그동안 미안하고 고마웠습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