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금융시장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가상화폐(암호화폐) 시장마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증시가 10% 안팎 폭락을 겪은 가운데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사실상 코로나19 앞에서 모든 투자 자산이 무의미하다”는 말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13일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 따르면 대표 암호화폐 비트코인의 시세는 전일 고점 대비 40%가량 폭락한 4800달러대(약 580만원)를 기록했다. 국내 시세는 해외보다 10%가량의 프리미엄이 붙은 630만원대(빗썸 기준)를 유지 중이다.
특히 오는 5월은 4년 주기의 ‘비트코인 반감기(비트코인 공급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가 예정돼 많은 관계자들이 “반감기 호재로 인해 올해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점을 재차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전세계 실물 경기가 사상 최악 수준으로 얼어붙자 상황 자체가 ‘패닉셀’로 바뀌었다. 투자 자산 종류에 상관없이 매도하는 현금 확보로 돌아선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암호화폐든 주식이든 투자자산은 경제가 살아있어야 의미가 있다”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전세계에서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하고 나아가 국가 마비 상태까지 예상되자 투자자산에서 급격히 자금이 유출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비트코인의 폭락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수 주 쓰리애로우캐피탈 최고경영자(CEO)는 “어떠한 투자자산도 다른 투자자산이 하락할 때 나 홀로 상승세를 보이긴 어렵다”며 “비트코인은 다른 투자자산의 수익성과 비교적 별개로 움직여왔다”고 언급했다.
아더 헤이스 비트멕스 CEO는 “비트코인 시장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을 받는다. 이미 약세장이 시작된 만큼 기관투자자들 매도세가 비트코인의 하방압력을 가중시킬 것”이라면서도 “비트코인의 안전자산 입지를 믿고 있다. 비트코인은 연내 2만달러(약 2400만원)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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