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한 고령층 돌보는데…" 요양보호사들 마스크 지원 없어 '한숨만'

입력 2020-03-14 07:00
수정 2020-03-14 15:2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면역력이 낮은 노인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들이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제대로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감염병에 취약한 노인들이 모인 요양보호시설에 가거나 여러 노인들의 집을 돌아다니며 밀접 접촉하는 요양보호사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못하면서 집단 감염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노인·장애인 방문서비스 노동자 10명 중 8명 "마스크 지원 못 받아"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코로나19'로 힘든 요양보호사들을 도와주세요!" 라는 글이 올라왔다. 10년차 재가요양보호사라는 글쓴이는 "사망 위험이 높고 감염병에 취약한 어르신을 대면하는 요양보호사들은 마스크 착용이 필수인데 기관에서 마스크를 주지 않는다"며 "일을 해야 해 약국에서 줄을 서서 마스크를 살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요양보호사들이 건강해야 어르신들을 잘 돌볼 수 있다"며 "국가가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지급해 달라"고 밝혔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요양보호시설이 감염병 사각지대라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요양보호시설에 주로 머무는 이들은 고령이거나 기저질환이 있어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치명적일 수 있고, 격리된 시설에서 생활해 집단 감염의 우려도 크기 때문이다. 실제 집단감염이 발생한 경북 봉화 푸른요양원에서는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일주일 만에 한자와 요양보호사 등 5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왔다.

그러나 대다수의 요양보호사들은 마스크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전국요양보호사협회와 전국사회복지유니온이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전국의 요양보호사와 장애인활동지원사 2184명을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재가서비스 노동자 안전대책 및 서비스 실태'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79.2%가 '재가 방문을 할 때 마스크와 소독제를 지원받지 못한다'고 답했다.

서울요양보호사협회 관계자는 "요양보호사들이 "사비로 마스크를 구매하려 해도 인터넷에서 한 장에 4000~5000원 하는 마스크를 사기에 부담이 크고, 공적 마스크는 사기 어려워 면 마스크를 빨아서 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관련 단체들 "정부 차원의 지원 없어"

요양보호사들이 보건용 마스크를 충분히 구해 사용하지 못하면서 요양보호사들을 고용하는 가정들의 불안도 커졌다. 최근 복지 관련 온라인 카페에서는 "요양보호사 분이 매일 방문해 어머니를 돌봐주고 대화도 많이 나누는데 마스크를 안 착용한다"며 "코로나19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오라고 할지 당분간 오지 말라고 할지 고민 중"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다른 글쓴이는 "저희 어머니가 요양보호사 일을 하시는데 방문하는 가정에서 잠시 나오지 말라고 했다"며 "서로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니 이해한다"고 말했다.

관련 단체들은 정부에 마스크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요양보호사협회는 지난 6일 서울시에 마스크를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협회 관계자는 "시립 등 정부가 관할하는 시설에서 마스크를 지급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 요양보호사가 민간에서 일하고 있고 민간 시설들도 마스크를 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시내 요양보호사들에게 마스크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도 지난 6일 '요양보호사와 간병사, 장애인활동지원사 등 돌봄 노동자에게 마스크를 지급하라'는 성명서를 냈다. 의료연대본부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특수고용형태근로자, 택시·버스 종사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마스크 지급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 대상에 요양보호사와 간병인 등 돌봄 서비스 제공자는 포함되지 않는다.

방은숙 의료연대본부 조직국장은 "요양보호사들은 평소에도 어르신들의 식사를 챙기고 대소변을 처리하는 등 밀착 서비스를 하는 직군이라 감염에 일상적으로 노출돼 있다"며 "고용노동부에 사례를 전달하며, 마스크 지원 요청을 하고 있지만 아직 진전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