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트뤼도·보우소나루까지…코로나 공포에 떠는 세계 정상들

입력 2020-03-13 17:41
수정 2020-06-11 00:03

세계 주요국 정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에 떨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을 비롯해 고위 관료들의 감염 의심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 지도자들은 정상회담 자리에서 악수하지 않는 등 코로나19 감염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부인인 소피 그레고어 여사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함께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12일(현지시간) 캐나다 총리실은 성명을 내고 “소피 여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며 “총리 부부가 이날부터 14일간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소피 여사는 최근 개인적 이유로 영국 런던을 방문했다가 전날 캐나다로 돌아온 뒤 가벼운 폐렴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총리 내외는 이날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트뤼도 총리는 이 기간에 자택에서 업무를 수행할 계획이다.

미국 백악관과 브라질 대통령실도 이날 비상이 걸렸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접촉한 적이 있는 브라질 대통령실 소속 커뮤니케이션국의 파비우 바인가르텐 국장은 코로나19 확진자로 판명됐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최측근인 그는 지난 7~10일 미국 국빈 방문을 수행했다. 바인가르텐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함께 어깨를 맞댄 채 찍은 사진을 자신의 SNS 계정에 올렸다.

최근 미국을 방문했던 피터 더튼 호주 내무장관은 13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됐다. 그는 미 워싱턴DC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딸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 보좌관과 윌리엄 바 법무장관 등을 만났다.

유럽에서는 이날까지 프랑크 리스터 프랑스 문화부 장관, 나딘 도리스 영국 보건부 정무차관, 이레네 몬테로 스페인 양성평등부 장관 등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다. 이 장관들은 검사 결과가 나오기 직전까지 자국 정치인과 공직자 수백 명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리스 차관은 코로나19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 지난 5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관저에서 주최한 만찬 행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상황이 가장 심각한 건 이란이다. 마수메 에브테카르 부통령 등 고위 공직자 10여 명이 코로나19 확진자가 된 데 이어 11일에는 에샤크 자한기리 수석부통령과 장관 2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또 이날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외무담당 수석보좌관인 알리 아크바르 벨라야티가 코로나19 의심 증상으로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2일에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국정 자문인 모하메드 미르모함마디가 코로나19로 사망했다. 외신들은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하산 로하니 대통령도 이미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사태는 정치 지도자들의 외교 풍속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면서 악수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 정상과 만나는 자리에서 악수를 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1일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에서 “인사할 때 상대방과 악수하는 대신 조금 더 바라보면서 미소짓는 인사법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최근 미사를 집전하면서 기침하는 모습을 보여 우려를 샀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 다만 질병 감염 우려로 외부 행사에 참석하지 않고 인터넷 화상 중계로 대체하고 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