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대유행)과 원유시장 치킨게임이 세계 경제를 폭풍 속으로 몰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에선 거센 ‘셀 코리아(한국 주식 집중 매도)’에 13일 장중 한때 코스피지수 낙폭이 150포인트에 달하는 등 공포현상이 나타났다. 주가만이 아니다.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고, 채권금리가 급등(채권가격 급락)하는 등 ‘트리플 약세’ 현상이 뚜렷했다.
소비시장이 얼어붙은 데다 글로벌 공급망이 속속 멈춰서면서 실물 경제 타격도 확산되고 있다. 국내 5개 완성차 회사의 2월 생산대수는 전년동기보다 26.4%나 줄며 21년 만의 최저로 추락했다. 반도체 스마트폰 조선 철강 정유 등 한국 대표 제조회사들이 목표치를 대폭 낮춰잡고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충격파가 커질 전망이다.
‘퍼펙트 스톰(온갖 악재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상황)’은 한국을 넘어 세계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증시는 12일(현지시간) 일제히 10% 안팎 폭락하며 ‘검은 목요일’에 시달렸다. 미국 다우지수는 9.99% 밀리며 33년 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영국 FTSE100·독일 DAX·프랑스 CAC지수도 각각 10.9%,12.2%,12.3% 폭락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유럽중앙은행(ECB)이 긴급조치를 내놨지만 진정은커녕 공포감만 더 커지는 전형적인 패닉 양상이다.
석유전쟁은 코로나 못지않은 초대형 악재다. 러시아와 사우디가 정면충돌하면서 유가는 하루 낙폭이 30%에 달할 만큼 요동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외환보유액을 쌓으며 힘을 비축한 러시아가 셰일석유를 앞세운 미국과의 일전을 불사할 태세여서 사태 장기화가 우려된다. ‘복합 쇼크’가 글로벌 경제의 최대 약점인 부채폭탄을 건드린다면 막대한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이미 미국에서는 최하위 투자등급 ‘BBB급 회사채’ 중 1조달러가 정크본드로 추락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전망이 무의미하다’고 할 정도의 복합위기가 덮쳤는데도 위기돌파 컨트롤타워여야 할 경제팀과 여당은 추경 문제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재정건전성을 내세우며 추경 증액에 난색을 표하자 여당 대표는 ‘경질’을 거론하며 증액을 강요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홍 부총리 신임’ 메시지를 내며 갈등이 봉합됐다지만 ‘비상경제 시국’에 걸맞은 본질적인 대책에 접근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어이없다.
글로벌 금융시장과 공급망에 가해진 동시 충격은 단순한 재정퍼붓기나 통화완화로 상쇄하기 어렵다. 시민들이 외출조차 꺼리는 상황에서 총선을 의식한 엉뚱한 돈풀기는 시장의 실망과 자신감 상실만 부를 뿐이다. 핵심인 코로나19 방역과 통제에 재원을 우선 투입하고, 피해당사자 지원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신속하게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는 코로나19 팬데믹만으로도 세계 총생산(GDP)이 최대 10%까지 감소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총선을 의식한 선심성 대책을 벗어나 퍼펙트 스톰에 대비한 방파제를 쌓고 경제위기를 기회로 바꿀 ‘큰 그림’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