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 외환위기, 2008 금융위기, 2020 코로나?…고개 든 '위기 10년 주기說'

입력 2020-03-12 17:53
수정 2020-03-13 02:33

주식시장이 연일 속절없이 무너지면서 코스피지수가 어디까지 추락할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세계적 대유행을 공식 선언해 세계 경제에 미칠 충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최근 상황이 단순 유행병 수준을 넘어 세계 경제위기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연상하게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10년 주기설’이 다시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한 증시 전문가는 “2020년 경제위기설이 회자되긴 했지만 코로나19가 방아쇠를 당기는 상황으로 치달을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과거처럼 대위기 국면으로 전개된다면 바닥 논쟁 자체가 의미없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게 불확실성인데 지금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다시 고개 드는 ‘10년 주기설’

12일 코스피지수는 연중 고점(1월 20일) 대비 18.93% 하락한 1834.33으로 장을 마쳤다. 전날 WHO가 코로나19 대유행을 선언했고 이 영향으로 주요국 증시가 급락하며 한국 주식시장도 악영향을 피해가지 못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 상황에서는 바닥을 예측한다는 게 부질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최근 상황이 “10년마다 큰 경제 위기가 온다”는 ‘10년 주기설’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자산가 사이에서 10년 주기설이 회자됐는데 당시는 막연한 전망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코로나19 사태가 대유행으로 확산돼 세계 공급 및 수요에 타격을 입히고 실물 경제가 망가지는 상황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주요 산유국이 석유 감산 합의에 실패한 것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과거 주가가 폭락한 최악의 상황에서 바닥은 연중 고점 대비 50~60% 선이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코스피지수는 연중 고점 대비 54.5% 떨어진 선에서 바닥을 형성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고점 대비 63.6% 떨어졌다. 최근 하락 폭이 20% 정도이기 때문에 정말로 과거처럼 위기가 닥치면 30~40%가량의 추가 하락이 남았다는 얘기다.


“사태 수습 신호 오면 U자 반등”

하락 뒤 반등을 어떻게 할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1997년 외환위기 때 코스피지수는 ‘역(逆)N자’ 형태로 하락했다. 사태가 터지고 이듬해 6월까지 63.6% 폭락한 게 첫째 단계였다. 이후 V자형으로 급반등하면서 2000년 1월 초까지 코스피지수가 무려 267.4% 급등했다. 그러나 대마불사(大馬不死)로 통하던 주요 대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증시에 2차 충격이 발생해 이듬해 9월까지 55.4% 다시 폭락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V자 형태로 반등했다. 2007년 말 위기가 터진 뒤 이듬해 10월까지 코스피지수가 54.5% 폭락했다. 하지만 2009년 빠르게 위기를 극복하면서 지수가 강하게 반등해 2011년 5월까지 137.4% 상승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코로나19 사태의 주요 지역이 중국 등 아시아에서 유럽과 미국으로 넘어갔다”며 “중국 우한의 선례를 보면 회복까지는 최소 두 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이 기간에는 양적완화 등 각종 정책이 나와도 코로나19의 공포가 정책 효과를 압도하며 의미있는 반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낮지만 사태가 수습된다는 신호가 나오면 급격히 반등하면서 U자 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