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장관 수호 집회를 개최해온 '개싸움국민운동본부'(개국본)가 보이스피싱 범죄로 후원금 4억 원을 날렸다. 개국본은 피해가 발생하고도 약 5개월 동안 이 같은 사실을 후원자들에게 공지하지 않았다.
12일 경찰 등에 따르면 개국본의 후원금 계좌를 관리하던 간부 김 모(51) 씨의 계좌에서 후원금 잔액 5억 원 중 4억 원이 보이스피싱 피해로 빠져나갔다.
개국본은 지난해 10월 9일 이 같은 사실을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신고했다. 가해자는 보이스피싱을 통해 김 씨가 자신의 스마트폰에 스스로 불법 앱을 설치하도록 했다. 이후 원격 조종으로 해당 앱을 이용해 편취 금액을 다수의 타인 명의 계좌로 빼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앞서 개국본은 지난해 포털사이트 카페에서 김 씨 계좌를 공지하고 월 회비 개념으로 후원금을 받아 왔으며 올해 2월 5일부터는 법인 계좌를 통해 후원금을 받고 있다. 김 씨 계좌에는 20억 원이 넘는 후원금이 들어왔다.
김 씨의 계좌에서 빼돌려진 돈을 송금 받은 계좌의 주인들은 금융 대출을 받으려던 사람들이다. 가해자 측으로부터 "송금 거래를 통해 신용도를 높여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편취 금액이 이동하는 통로로 이용당했다. 경찰은 피해금이 거쳐 간 이들 계좌의 명의자를 불러 조사하고 있다.
개국본은 이 같은 피해 사실을 최근까지도 지지자 및 후원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개국본 이종원(47) 대표는 오는 4·15 총선에 더불어민주당의 전략공천을 받은 김남국(38) 변호사와 함께 지난해 10월 17일 '1∼9차 월 회비 정산' 시사타파TV 방송을 진행하며 "회비를 집회에 투명하게 썼다"고 했다. 피해 사실에 대한 경찰 신고가 이뤄진 후다.
이 대표는 또 지난해 10월 29일 포털 카페에 "회계 감사 보고서를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보고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