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자 각국이 초유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약국과 식료품점을 뺀 모든 상점의 문을 닫기로 했다. 사실상 ‘중국식 폐쇄 조치’를 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덴마크는 일부 필수인력을 제외한 모든 공무원에게 유급휴가 명령을 내렸다. 유럽에서 이탈리아에 이어 두 번째로 ‘국가 봉쇄령’을 내린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11일(현지시간) 긴급 성명을 통해 “약국과 식료품점처럼 기본 생필품을 판매하는 곳 외에 모든 상점을 폐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콘테 총리는 “식료품점은 계속 문을 열기 때문에 사재기할 필요 없다”며 “유례없는 사회활동 제한에 이탈리아 국민이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번 조치는 발표 다음날인 12일부터 오는 25일까지 2주간 적용된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 내 모든 술집, 미용실, 식당 등은 운영을 중단한다. 생필품 판매와 가정배달 서비스는 그대로 유지된다. 대중교통과 은행, 우체국 등 공공시설도 정상 운영한다. 공장 등 대기업은 감염 방지를 위한 예방책을 마련했을 때에만 운영을 계속할 수 있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날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만2462명으로, 전날 대비 2313명(23%) 늘었다. 사망자도 전날 대비 196명(31%) 증가한 827명으로 집계됐다. 확진자와 사망자 모두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앞서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9일 이탈리아 전역에 이동 제한령을 내렸다. 내달 3일까지 6000만 명에 이르는 이탈리아인들이 허가를 받지 않으면 거주 지역을 떠나지 못하게 하는 초강경 대응책이라는 평가다.
이탈리아 내 상황이 가장 심각한 북부 롬바르디아주의 아틸리오 폰타나 주지사는 상점 폐쇄뿐 아니라 대중교통까지 중단시켜 줄 것을 콘테 총리에게 요청했다. 폰타나 주지사는 “대중교통을 멈춰 세워 주민 이동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주유소에 기름 공급을 중단해 대중교통을 모두 끊은 ‘우한식 조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제안에 로베르토 치리오 피에몬테 주지사도 공감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덴마크 정부는 전국에 휴교령을 내리고 공공시설을 한동안 폐쇄하기로 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이날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12일부터 모든 공공부문에 유급휴가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경찰·소방 특수 직무의 일부 인력만 제외한다. 덴마크의 코로나19 확진자는 하루 동안 252명 급증해 12일 0시 기준 514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는 아직 없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기업들이 타격을 받고 실직자도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조치를 하지 않으면 더 심각한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덴마크 정부는 또 민간부문에는 가능한 한 재택근무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100명 이상이 모이는 실내 집회는 금지된다.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에서도 감염자는 무서운 기세로 늘고 있다. 프랑스는 이날 497명이 추가 감염돼 누적 확진자 수가 2281명으로 확인됐다. 사망자는 48명이다. 스페인에선 확진자가 지난 8일 589명에서 이날 2277명으로, 사흘 만에 네 배 가까이로 늘었다. 사망자도 49명으로 하루 만에 13명 늘었다.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은 1966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중동 지역의 코로나 감염자는 1만 명을 넘었다. ‘중동의 우한’으로 불리는 이란에선 전날보다 1075명 늘어난 1만75명의 확진자가 확인됐다. 이란에선 고위 인사들의 확진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이란 파르스통신은 에샤크 자한기리 이란 수석부통령과 알리 아스가르 무네선 문화관광부 장관, 레자 라흐마니 상공광물부 장관 등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자한기리 수석부통령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주재한 내각회의에 참석해 로하니 대통령의 감염도 우려되고 있다.
심은지/강현우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