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7개월여 만에 장중 1900 붕괴…외국인 '손절매' 본격화

입력 2020-03-11 17:26
수정 2020-03-12 01:08

외국인 투자자의 ‘셀코리아’가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 3거래일간 3조원이 넘는 규모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손해를 감수하고 한국 주식시장 비중을 줄이는 ‘로스컷(손절매)’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포에 질린 투자자들이 손해를 무릅쓰고 투매에 나서면서 또다시 투매를 부르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코스피, 49개월 만에 최저치

11일 코스피지수는 54.66포인트(2.78%) 내린 1908.27로 마감했다. 2016년 2월 이후 최저치다. 장중 1898.27까지 떨어지며 1900선이 깨지기도 했다. 코스피지수가 장중 19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8월(1891.81) 이후 처음이다. 이날 하루에만 유가증권시장에서 36조6849억원의 시가총액이 감소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유독 코스피지수의 하락폭이 큰 것을 두고 외국인의 ‘로스컷’이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외국인은 일정 손실 구간을 넘어서면 미리 설정한 알고리즘에 기반해 로스컷 물량을 자동으로 쏟아낸다.

이날도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6879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하락세를 이끌었다. 5거래일 연속 ‘팔자’다. 이 기간 외국인은 3조6993억원어치 한국 주식을 팔아치웠다. 지난달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이후 이날까지 누적 순매도액은 8조원 이상에 달한다.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매도에도 불구하고 이날 원·달러 환율이 보합에 그친 것 역시 로스컷 물량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외국인의 주식매도는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로스컷은 기계적으로 매도하는 것인 만큼 환율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는다.

대형주에 로스컷 물량 쏟아져

외국인은 한국 대표 종목 중심으로 물량을 정리했다. 이달 들어 11일까지 외국인은 2조725억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팔았다. 이어 SK하이닉스(5881억원), 삼성전자우(3613억원), 현대차(2765억원) 순이었다. 외국인 ‘팔자세’에 지난 1월 6만2800원까지 올랐던 삼성전자 주가는 5만2100원으로 떨어졌다. 고점 대비 17.04% 하락해 지난해 12월 수준으로 돌아갔다.

한국 시장 비중을 줄이기 위해 삼성전자를 기계적으로 줄이는 가운데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도 반영됐다. 현상균 디에스자산운용 본부장은 “한국 시장 비중을 줄이는 과정에서 시가총액 1위 종목인 삼성전자를 팔고 있는 것”이라며 “코로나19로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면 반도체 업황이 기대만큼 빠르게 반등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선물옵션 만기일을 앞두고 기관투자가와 외국인의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늘어난 것도 주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옵션만기일을 앞두고 포지션을 청산하려는 프로그램 매도가 크게 늘었다”며 “오늘 정리해야 하는 물량이 몰리면서 오후 2시 이후 낙폭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당분간 ‘셀코리아’ 이어질 것

당분간 이 같은 매도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가 돌아오기 위한 조건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전세계적으로 줄어들거나 △백신이 개발돼 불안감이 해소되거나 △각국 정부가 강력한 부양정책을 발표하는 것 등을 꼽았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은 공포가 투매를 부르는 악순환이 강화되고 있다”며 “이것을 끊기 위해서는 코로나19 확산을 잠재울 확실한 치료법이 생기거나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덮을 만한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중국에서 코로나19 종식 단계가 가까워지고 이르면 이달 말 중국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개최될 예정인 만큼 이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준혁 KTB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중국의 경제성장이 훼손될 것이 명백한 상황에서 역대급 부양책이 나오면 중국 주식시장이 반등할 것이고 한국에도 호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