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파격 감세안 "835조원 급여세 걷지말자"

입력 2020-03-11 17:33
수정 2020-03-12 00:38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퍼지자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내놨다. 미국 월가에선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이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국가와 통화스와프를 맺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비공개 오찬을 한 자리에서 “올 연말까지 급여세를 0%로 하고 싶다”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NYT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추정을 인용해 ‘7000억달러(약 835조원)짜리 제안’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취재진에 “많은 좋은 것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250억유로(약 34조원) 규모의 부양책을 발표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코로나19로 타격받고 있는 공중보건 부문과 중소기업 등을 집중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금융위기 때 맞먹는 트럼프 감세카드…EU도 34조원 기금 조성
경기부양 나선 美·유럽…트럼프, 835조원 감세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000억달러에 이르는 감세안을 의회에 제안했다. 원화로 835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규모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이뤄진 8500억달러(약 1000조원) 규모의 감세와 비슷한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피해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은 10일(현지시간) 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비공개 오찬을 하면서 이 같은 생각을 내놨다. 오는 4월부터 올해 말까지 급여세를 0%로 하자는 게 골자다. 정부가 소비 진작 및 경기 부양을 위해 급여세를 아예 걷지 말자는 얘기다. 뉴욕타임스(NYT)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추정을 인용해 ‘7000억달러짜리 제안’이라고 보도했다.

급여세는 사회보장과 노인 건강보험 재원 확보를 위해 부과하는 근로소득세다. 근로자는 급여의 7.65%를 낸다. 고용주도 똑같은 비율을 부담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근로자와 고용주의 급여세를 모두 면제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연간 급여세 세수는 1조달러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제안은 11월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이란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재선을 위해 경기 부양과 견조한 주가 움직임이 필요한데 최근 다우지수 등 미국 주가가 코로나19로 인해 19% 하락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급여세 인하에 부정적이다. 서민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기업에 대한 추가 감세는 적절한 처방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감염자 및 가족에 대한 유급병가 △긴급 실업보험 △소상공인 대출 △푸드스탬프(음식) 지원 확대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일부 공화당 의원도 재정적자를 대폭 늘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는 “많은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시간제 근로자들을 지원하고 경제를 지지하는 선별적 방식을 선호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 폭락으로 타격을 받은 셰일업체, 코로나19 확산에 직격탄을 맞은 항공사, 크루즈 등 여행업계에 대한 지원 방침도 밝혔다. 항공사 등에 대한 소비세 7.5%를 감면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피해를 보고 있는 기업과 가계를 위해 4월 15일인 세금 납부 마감일을 연기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4월은 가장 큰 연방세금 납부월로 지난해엔 개인소득세만 3300억달러가 걷혔다.


유럽에서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이날 27개 회원국 정상들과 긴급 회의를 한 뒤 250억유로(약 34조원) 규모의 부양책을 발표했다. EU는 우선 자체 자금으로 75억유로(약 10조20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하고 이후 회원국으로부터 자금을 수혈받아 기금을 확대할 계획이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자금은 몇 주 안에 제공될 것이며 공중보건 체계, 중소기업, 노동시장 등에 우선 공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U는 또 각국의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준칙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EU는 각국의 재정 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 정부부채는 GDP의 60% 이하를 유지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당초 EU 집행위는 이탈리아를 비롯한 프랑스와 스페인 등의 재정지출 확대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이날 회의에 참석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은 상황을 피하려면 각국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국은행(BOE)은 코로나19 확산 여파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긴급 인하했다. 영국은행은 11일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0.25%로 0.5%포인트 낮추기로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3일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 데 보조를 맞춘 것이다.

뉴욕=김현석/런던=강경민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