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고용시장에도 충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도소매·숙박·음식점의 신규 취업자가 13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일감이 없어 무급휴가에 내몰린 일시휴직자는 14만 명 늘어났다. 고용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자화자찬하던 정부가 “3월부터는 고용 악화가 우려되는 엄중한 상황”(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라는 우려를 내놓은 이유다.
본격 위기 전인데도 고용 ‘휘청’
통계청이 11일 발표한 ‘2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49만2000명 늘었다. 작년 12월(51만6000명)과 올해 1월(56만8000명)에 이은 석 달 연속 40만 명대 증가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0.6%포인트 오른 60.0%였다. 1982년 7월 이후 2월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업률은 0.6%포인트 하락한 4.1%로 집계됐다.
취업자 증가는 60세 이상 취업자(57만 명)가 이끌었다. 노인을 뺀 청·장년층 취업자는 줄었다는 얘기다. 지난 1월 고용시장 상황과 비슷한 흐름이었다.
겉으로만 보면 고용시장이 코로나19 사태의 ‘무풍지대’처럼 보이지만 이는 이번 조사가 코로나19가 국내에 본격 확산되기 전에 이뤄졌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조사 진행 기간(2월 9~15일)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7~28명에 그쳤다. 대구지역 감염이 폭발적으로 퍼지면서 내수가 얼어붙었던 지난달 하순과는 거리가 있다는 의미다. 통계청은 “확진자가 급증한 20일 이후 영향은 다음달 통계에 반영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19 영향이 본격 반영되기 전인데도 고용시장 타격은 예상보다 컸다는 평가다. 지난달 일시적 사정으로 유급휴가를 갔거나 6개월 미만의 무급휴가를 쓴 일시휴직자는 14만2000명 급증했다. 2월 기준 2010년 2월(15만5000명) 이후 가장 크게 늘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 기업들이 희망퇴직을 시행하면서 일시휴직자가 실업자로 전환될 수 있다”고 했다. 이미 항공·여행업계에서는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한 기업이 급증세다.
업종별로 보면 자영업자들이 관광객 감소와 소비 위축의 타격을 집중적으로 받기 시작했다. 도·소매업 취업자 수는 10만6000명 급감하며 13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학원 휴원 등으로 교육·서비스업에서도 1만 명 줄었다. 자영업자들이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종업원을 줄이면서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14만9000명 증가했고,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4만5000명 줄었다.
“허약한 고용시장 구조, 고용 악화 뇌관”
문제는 최근 몇 년 새 양질의 일자리가 줄고 노인·단기 일자리 비중이 급증하면서 고용 시장이 외부 충격에 취약해졌다는 점이다. 경기가 악화돼도 제조업 등 질 좋은 일자리 취업자들은 일정 기간 고용을 유지하지만, 단기 아르바이트 종사자는 바로 일자리를 잃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달 15~29세 고용이 4만9000명 감소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청년 일자리는 단기 아르바이트가 많았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일자리를 잃은 청년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고용 증가를 견인했던 60세 이상 취업자 수 증가(57만 명)도 3월 통계부터는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60세 이상 취업자가 급증한 데는 정부가 올해 노인 일자리 대상자를 지난해 본예산 기준(61만 명)보다 13만 명 늘린 영향이 컸다. 하지만 감염병 우려로 노인 일자리 집행이 멈추면 이들이 실업자로 대거 전환될 수 있다. 민간 부문에서 늘어났던 노인 취업자들도 단기 일자리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해고되는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반면 ‘경제 허리’인 40대 고용 부진은 계속 심화되는 추세다. 40대 고용률은 77.8%로 2013년 2월(76.9%) 이후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활동참가율도 7년 만에 최저치인 79.7%에 그쳤다. 일할 능력은 있지만 원하는 일자리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일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는 26만1000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6만1000명(30.6%) 급증했다. 2004년 1월(6만2000명)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성태윤 교수는 “고용시장에서 재정 단기 일자리만 늘고 질 좋은 일자리가 줄면서 외부 충격에 더 취약해졌다”며 “고용이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경기침체가 더 깊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