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전(前) 성균관대 교수와 백용호 이화여대 교수. 두 사람의 공통 분모는 이명박 정부(2008~2013년) 장관급 공직자 출신으로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고위직을 맡았던 인사들이 최근 대기업 사외이사로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산업계 안팎의 신뢰도 두텁다. 16일 LG에 따르면 LG전자는 오는 26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 백 교수의 사외이사 연임 안건을 올렸다. 박 전 교수는 지난달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에 선임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 유독 위세를 떨쳤던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공무원)들의 힘도 여전하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의 중심에 있는 한진칼의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선임됐다.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은 DGB금융지주의 신규 사외이사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대오일뱅크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두산중공업에선 김동수 전 공정거래위원장과 김대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사외이사로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기아자동차)과 이윤호·홍석우 전 지식경제부 장관(각각 롯데지주, 에쓰오일)도 이명박 정부 출신 대기업 사외이사다.
이명박 정부 출신 인사들에 대한 대기업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 것은 경륜과 실력에 더해 ‘운’도 따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외이사 임기 제한(6년)으로 기업들의 수요가 커진 데다 박근혜 정부 출신 인사들이 현 정권에서 적폐로 몰리면서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기업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박근혜 정부 인사는 현오석 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GS)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기업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시절 장차관 중 적지 않은 분이 직간접적으로 국정농단 재판과 관련돼 있다”며 “사외이사로 모시기 껄끄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