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원유 감산 합의에 실패한 뒤 오히려 공격적인 원유 증산 계획을 밝히면서 석유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두 나라 간 석유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달으면서 국제 유가는 급등락을 반복하는 등 요동치고 있다. 3월 안에 두 국가를 중심으로 한 산유국들이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11일 리야드 주식시장(타다울)에 낸 공시에서 “지속할 수 있는 산유 능력을 하루 1300만 배럴까지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아람코는 전날 “4월이 시작되자마자 산유량을 하루 1230만 배럴로 늘리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아람코의 지난달 하루평균 생산량(970만 배럴)보다 27% 많은 수준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하루 1230만 배럴은 사우디의 지속 가능한 산유 능력을 넘어선다”며 “사우디가 전략 비축유까지 시장에 쏟아붓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러시아도 즉각 증산 가능성을 내비치며 맞대응했다.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국영 방송사 로시야24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석유회사들은 단기적으로 하루 20만~30만 배럴을 증산할 수 있고, 더 길게는 하루 50만 배럴 증산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필요하면 최대 하루 50만 배럴까지 원유 생산을 늘릴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현재 러시아의 산유량은 하루 1130만 배럴 수준이다. 노바크 장관은 다만 협상의 문은 열려 있다고 했다. 그는 “시장 상황을 평가하기 위해 오는 5~6월에 산유국들과 정례 회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와 러시아의 석유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시장이 조기에 진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제프리 커리 골드만삭스 원자재 리서치 총괄은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6개월은 더욱 고통스러울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사우디와 러시아가 증산을 준비 중인 만큼 몇 달간 배럴당 20달러 선을 향해 유가가 추가 급락하는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골드만삭스는 오는 2분기와 3분기 전망을 배럴당 30달러로 낮춰 잡고, 최악의 경우 2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산유국 간 감산 합의 실패로 이틀간 40% 폭락했던 국제 유가는 반등했다. 10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일보다 배럴당 3.23달러(10.4%) 오른 34.3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