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살 때 내는 '자금조달계획서', 오는 13일부터 전국으로 확대

입력 2020-03-10 10:00
수정 2020-03-10 10:55

오는 13일부터 주택을 취득할 때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 지역이 확대된다. 조정대상지역에서 3억원 이상을 비롯해 비(非)조정대상지역이라도 6억원 이상의 집을 사는 경우까지 포함됐다. 사실상 범위가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셈이다. 신고 항목은 구체화되고 증빙자료 제출 기준도 만들어진다.

정부는 10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같은 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의결했다. 자금조달계획서란 주택을 매입할 때 자기자금이나 차입금의 규모, 보증금 승계 여부, 입주 계획 등을 기록해 시·군·구청에 신고하는 서류다.

그동안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은 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 이상 주택을 매수할 때로 한정됐다. 하지만 13일부턴 법령 개정에 따라 조정대상지역 3억원 이상 주택과 비조정대상지역의 6억원 이상의 집을 사는 경우 실거래신고를 할 때 제출해야 한다.


증빙자료 제출도 의무화된다.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 이상 고가주택을 살 땐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항목별로 예금잔액증명서와 소득금액증명원 등의 자료를 함께 내야 한다. 그동안은 의심거래에 한해 소명 요구가 있을 때 내던 증빙자료들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비정상 자금 조달 등 이상거래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선제적인 조사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고가주택에 한해 객관적 증빙자료를 함께 제출하도록 개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빙자료는 자금조달 방식마다 다르다. 예컨대 10억원짜리 집을 사면서 세입자의 보증금 6억원을 승계하고 4억원은 예금과 현금으로 충당하는 경우 우선 임대차계약서가 필요하다. 나머지 자금들에 대해선 소득금액증명원과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예금잔액증명서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신고항목도 구체화된다. 기존엔 증여나 상속의 경우 금액만 기입했지만 앞으론 자금 제공자와의 관계 또한 명시해야 한다. 금융기관 대출액의 경우도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기타 대출 등으로 구분해 구체적으로 금액을 써야 한다. 조달 자금을 매도인에게 지급하는 방식은 항목이 신설됐다. 총 거래금액 가운데 얼마를 계좌이체로 보내고 현금 및 기타 지급 방식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기록해야 한다.


국토부는 지난달 출범한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과 한국감정원의 실거래상설조사팀을 자금조달계획서 조사에 즉시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경기 수원과 안양 등 신규 조정대상지역은 물론 군포와 시흥, 인천 등 최근 가격 급등세가 나타나는 지역에 대해 집중 모니터링을 한다. 과열이 지속될 경우 고강도 기획조사도 검토한다.

최근 주택 매수 비중이 늘고 있는 법인 거래에 대해서도 조사를 강화한다. 부동산 법인은 통상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등을 피하기 위해 설립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법인자금을 유출해 고가 아파트를 취득하거나 차명계좌를 통해 수입금액을 누락하는 등의 탈루행위에 대해선 국세청과 협력해 조사할 방침이다.

김영한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투기과열지구에서 고가주택에 대한 증빙자료 제출이 의무화돼 실거래조사 착수 시점이 기존보다 2개월 이상 빨라지게 됐다”며 “불법 행위에 대한 집중 단속을 강도 높게 진행해 투기수요를 철저히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