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제 유가 급락 등에 따른 증시 하락장에 대응하기 위해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요건을 완화한다. 2016년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를 도입한 후 5년 만에 공매도 규제를 강화하는 셈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에서 "시장안정조치로 3개월간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요건을 완화하고 거래금지 기간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11일부터 변경된 요건에 따라 거래를 제한하겠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오늘 장 종료(3시30분) 후 금융위원회가 발표할 예정"이라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관계장관회의에서 시장안정조치로서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를 일시적으로 강화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주가가 폭락한 데 따른 단계별 비상대응 계획(컨틴전시 플랜)의 첫 번째 조치로 풀이된다.
전날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보다 85.45포인트(4.19%) 급락한 1954.77에 장을 마쳤다. 특히 외국인이 1조3122억원 순매도하면서 2011년 8월10일(1조2759억원) 이후 9년 만에 최대 매도폭을 기록했다. 코스닥도 마찬가지다. 전날보다 28.12포인트(4.38%) 내린 614.60에 거래를 마쳤다.
현행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는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율이 여섯 배(코스닥은 다섯 배)를 넘고 주가 하락률이 10% 이상인 경우 등 공매도 과열 종목을 지정한다.
과열 종목으로 지정되면 하루 동안 공매도가 금지되는데 이번 결정에 따라 금융위는 거래대금 증가율이나 주가 하락률 등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기준을 확대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매도 금지 기간을 현행 하루에서 단계적으로 이틀 이상 늘리는 것도 계획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공매도 폐지,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는 당장 도입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 이후에도 공매도로 인한 주가 하락이 계속될 경우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 등이 시행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코로나19 폭락장에 공매도 세력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공매도종합포털에 따르면 코스피가 4% 넘게 급락한 9일 유가증권시장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8933억원으로 통계를 작성한 2017년 5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같은날 코스닥의 공매도 거래대금도 1863억원으로 지난해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1027억원)을 훌쩍 웃돌았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