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연기 장기화에 선거교육 올스톱…'高3 선거사범' 쏟아질라

입력 2020-03-10 18:25
수정 2020-03-11 00:39
4·15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전국 학교에 비상이 걸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개학 연기가 장기화되면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던 선거교육이 사실상 ‘올스톱’됐기 때문이다. 고등학생의 사상 첫 투표를 앞두고 학교 현장에선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한 학생들이 위법한 선거운동을 펼치는 등의 이유로 선거사범에 몰릴 위험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선관위는 당초 코로나19 이슈가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3월 개학과 동시에 학교마다 직원을 파견해 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대면 선거교육을 할 계획이었다. 학교에서 허용되는 선거운동 방식이나 장소 등이 복잡해 충분한 사전 교육이 이뤄지지 않으면 총선 직전에 선거법을 위반하는 학생이 쏟아질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전국 각지에 있는 지역 단위 선관위가 선거교육을 요청한 인근 학교들과 일정을 협의하면 충분히 교육을 제공할 수 있었다는 게 중앙선관위의 설명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선관위는 대면 방식의 선거교육 방침을 철회하고 동영상 강의로 대신하기로 했다. 동영상 강의는 질문이 불가능하고 학생들의 집중력이 약화되기 쉽지만 집단 교육으로 인한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커지면서 계획 수정이 불가피했다는 게 중앙선관위 설명이다. 학교가 정상적으로 개학했다면 개학일부터 4·15 총선까지 6주 정도 교육할 시간이 있었지만 3주나 개학이 밀리면서 교육할 시간 절반이 사라진 것도 선거교육 계획에 지장을 초래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정부 지침에 따라 집합교육을 최대한 자제하는 쪽으로 계획을 수정했다”며 “개학 이후라도 학교에서 요청이 오면 대면 교육을 제공하는 식으로 동영상 강의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선관위 설명과 달리 각 학교에 선거교육을 제공할 예정이었던 지역 단위 선관위는 사실상 선거교육을 포기한 상태다. 서울의 한 자치구 선관위 관계자는 “늦춰진 개학 예정일인 23일 이후로는 후보자 등록 등 총선을 대비하기 위한 사무적인 업무가 집중될 시기”라며 “(학교에서) 요청이 들어와도 현실적으로 대면 교육이 가능할지는 매우 불투명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시기가 너무 절묘해 (교육 준비에)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학교들도 지역 선관위에 부탁해놓은 선거교육 신청을 속속 철회하고 있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서울 지역 고등학교 320곳 가운데 선거교육 요청을 철회하지 않고 유지한 학교는 10일 기준 5곳에 불과하다. 서울선관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요청을 철회한 학교가 급증해 교육 대상 학교는 계속 줄어들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선관위는 당초 320개 학교 전체에 선거교육을 제공할 계획이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