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실거래가 '뚝'…"하락 신호탄인가, 급매물 때문인가"

입력 2020-03-10 09:15
수정 2020-03-10 09:17

강남3구 중 대표적인 주거지인 송파구 잠실동 일대의 부동산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최근 잠실 아파트 시장에서 호가가 2억~3억원씩 빠진 급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시장 일각에선 "이제 하락기가 시작된 것 같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 정부의 인위적인 정책으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는 주장도 있다. 거래는 급매물 중심으로만 이뤄질 뿐, 전체적인 거래량이 크게 늘지는 않아서다.

◆엘리트 매맷값 2억원 '털썩'

1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른바 잠실 3인방으로 불리는 '엘리트(잠실엘스·리센츠·트리지움)' 아파트의 매맷값이 떨어지고 있다. 이 세 단지는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전용면적 84㎡형이 19억원대 중반~20억원 선에 거래됐다. 그러다가 수억원씩 떨어진 매물이 나오면서 최근 18억원 초중반선에 팔리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잠실리센츠 84㎡ 매물은 지난달 말 18억5000만원에 계약됐다. 이 매물이 거래된 뒤 현재 호가가 가장 낮은 매물이 17억원대 초반에서 형성된 상태다. 트리지움 84㎡는 지난달 말 18억1000만원까지 밀렸다.

잠실 E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출이 막히고 자금출처 조사에 대한 부담도 커지니 선뜻 집을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없다”며 “조급한 일부 집주인들이 급매를 던지면서 가격이 내려갔다”고 전했다.

◆"아직 하락장 아니다"

매물들의 가격은 내려갔지만, 시장 자체는 뜸한 상태다. 정부가 강도높은 부동산 시장 옥죄기에 들어가면서 매수자도 매도자도 눈치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시장에서는 "이제 집값 급등세가 끝나고 하락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잠실 등 초고가 주택이 많은 강남권 아파트들의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는 해석이다.

당분간 집값이 떨어진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와 같은 아파트 급등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며 “주택 매수세가 약화되면서 한동안 관망하던 매도인들도 호가를 낮추기 시작했다. 집값이 침체를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그러나 “아직은 하락장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잠실 주택시장에 가격이 떨어진 단지들이 조금씩 나오는 것은 맞지만 일부 고가 매물에 국한된 현상이라는 것이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부 규제가 고가 아파트에 집중돼 있으니 주택 가격이 비교적 높은 편인 잠실 일대 단지들이 일시적으로 조정을 받았다”면서도 “이는 초고가 단지에서 국지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 추세 하락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도 “현재 각종 규제 탓에 거래량 자체가 줄어 일부 급매에 따른 현상으로 가격 변동성을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중에 유동성은 늘었지만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고, 잠실 일대 입주량이 많지 않을 것 등을 감안하면 하락세가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급매물 1~2건이 불러온 착시효과"

공인중개사들도 최근의 집값 하락은 '일반적인 하락세'와는 다른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약세장의 징후인 단계적 가격 하락이 아니라는 얘기다. 거래량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급매물 1~2건이 시세를 끌어내리는 것일 뿐이라는 것. 실거래가 추이가 전체 시장을 반영하는 것처럼 착시효과를 일으키고 있다는 게 우세한 의견이다.

잠실동 P공인 대표는 “집값이 떨어진다고 보려면 과거 10억원에 팔리던 아파트가 다음 거래에서 9억5000만원에 팔리면 또 다음 매도자가 9억원에 매물을 내놓는 식으로 가격이 내려가야 하는데 지금은 호가가 일정 구간에서 엎치락 뒤치락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파크리오 전용 84㎡의 경우, 작년 11월 19억1000만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기록했지만 이후 18억4000만원, 17억9500만원 등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달 다시 18억3000만원으로 실거래가가 뛰었다. 현재 호가는 17억원대 후반선~19억원 사이에서 멈춘 상태다.

인근 L중개업소 관계자는 “작년 초에도 가격이 잠깐 빠졌다가 시간이 지나니 가격이 올랐지 않느냐면서 '결국 집값은 상승한다'고 얘기들을 한다”며 “매도가 급한 일부 집주인 외엔 호가를 낮추기 보단 버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거래량이 적고 급매와 정상 거래가 뒤섞여 있다보니 통계도 잠실 부동산시장에 대한 방향성을 잡지 못하는 중이다. 한국감정원의 통계와 민간 조사기관의 통계는 잠실 집값 추이를 정반대로 판단했다. 지난주 감정원 조사에서 송파구 아파트 가격 변동율은 –0.06%를 기록하며 ‘마이너스’를 보인 반면, KB국민은행 조사에선 0.17%로 ‘플러스’를 나타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