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타다 금지법'의 진짜 피해자는 교통약자

입력 2020-03-10 18:13
수정 2020-03-11 09:36
“휠체어를 타는 저도 오래 기다리지 않고 차를 잡을 수 있었죠. 짧은 기간이었지만 꿈만 같았어요.”

장애인, 고령자 전용 이동 서비스인 ‘타다 어시스트’를 자주 이용했던 홍서윤 씨의 얘기다. 교통약자들의 지지를 받아온 ‘타다 어시스트’는 지난 7일부터 서비스를 중단했다. 렌터카 기사 알선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여파다.

타다 운영사인 VCNC 측은 투자 유치가 어려워지면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져 적자를 감수하는 타다 어시스트를 계속 유지하기 힘들게 됐다고 토로했다. ‘사회공헌 활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란 얘기였다.

이제 장애인들은 ‘장애인 콜택시’로 돌아가야 한다. 장애인 콜택시는 타다 어시스트보다 저렴하지만 서비스가 열악하다. 차량을 부르면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일반 택시를 타는 것도 방법이지만 휠체어를 트렁크에 싣는 게 불가능하다. 택시는 트렁크에 연료 탱크가 있어 휠체어처럼 부피가 큰 기구를 넣을 수 없다. 승하차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아예 탑승을 거부하는 기사들도 있다.

한국은 교통 강국으로 불리지만 그건 비장애인만의 이야기다. 대중교통 수단인 지하철도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 않은 역이 상당하다. 출퇴근 시간 만원버스에서 커다란 휠체어는 눈총의 대상이 된다.

국회는 여객운수법 개정안을 통해 ‘타다 베이직’을 막았다. 하지만 타다 어시스트에 대해선 언급 자체가 없었다. 타다 어시스트 역시 장애인, 65세 이상인 사람은 기사 알선을 할 수 있다는 여객운수법의 ‘예외조항’에 근거한 서비스였다. 타다 베이직에 문제가 있다면 타다 어시스트에 대한 입장도 함께 밝혀야 했다는 게 소비자들의 지적이다.

물론 택시업계도 할 말이 있다. 비싼 요금을 받지도 못하고, 넓은 공간을 제공하는 차종도 못 쓰는데 어떻게 타다와 같은 고품질 서비스를 할 수 있냐는 것이다. 소비자 입맛에 맞는 서비스를 하고 싶어도 지방자치단체의 인가를 받아야 하며, 인가를 받으려면 수십 장의 서류를 내야 한다고 하소연한다. 택시업계의 변명, 소비자의 불만 등 모든 것을 해결하는 내용이 여객운수법 개정안에 담겨야 했다는 의미다.

‘타다 금지법’이 저격한 것은 VCNC라는 회사만이 아니다. 더 편하게 움직이고 싶었던 소비자들의 마음에도 상처를 줬다. 정보기술(IT)과 교통수단이 결합된 새로운 모빌리티(이동수단) 서비스가 나오려면 소비자를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 소비자 중엔 장애인과 같은 교통약자도 포함돼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