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명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준비단장(사진)은 10일 “하나은행 사외이사직을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
남 단장은 이날 공수처 설립준비단 첫 자문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보도자료를 통해 “공수처 설립 준비단장이라는 자리의 무거움을 크게 느끼며 책무를 흔들림 없이 충실하게 수행하기 위해 단장 외에 어떤 공·사의 직도 맡지 않겠다”고 사임 의사를 전했다.
남 단장은 최근 하나은행 사외이사로 추천돼 공정성 논란이 제기됐다. 법제처장 출신인 남 단장은 공무원 신분이 아니어서 겸직 제한에는 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 개혁’의 상징인 공수처 설립 단장이 시중은행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남 단장은 “단장의 업무는 조직·인력 구성 및 청사 마련 등 공수처 설립 준비를 위한 것”이라며 “은행 업무와 관련이 없고 법률적으로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사의를 밝힌 것은 단장 업무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라는 설명이다.
남 단장은 오는 19일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될 예정이었다. 하나은행 이사회는 지난달 말 남 단장을 신규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금융분야에서 소비자 보호 관련 법적·행정적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를 감안했다고 하나은행 측은 설명했다. 남 단장은 행정고시 18회로 법제처 사회문화법제국장, 경제법제국장 등을 거쳐 2007년 법제처장을 지냈다. 하나은행 측은 “남 단장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했다. 남 단장을 대신할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선 필요시 이사회에서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