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오는 6월부터 아파트 경비원이 경비 외에 쓰레기 분리수거, 청소, 조경 같은 일을 하면 단속할 수 있다는 내부공문을 돌렸다. 공동주택 관리사업자에게 경비업법상 ‘경비업무’를 준수하도록 행정계고를 한 것인데, 주택관리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경찰과 공동주택관리법을 관할하는 국토교통부가 원만한 해법을 찾지 못하면 아파트 경비업계에 큰 혼란이 예상된다.
경찰이 이런 단속 방침을 들고나온 것은 법원 판결이 계기가 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비업 허가 없이 아파트에 경비원 5명을 배치한 주택관리업체 대표에게 벌금 7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이 2018년에 있었다. 경찰이 ‘경비원 보호’를 위한 단속을 예고한 것은 ‘긁어 부스럼’식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기에 알맞다.
아파트 경비직은 말이 ‘경비’일 뿐 실제로는 ‘시설관리’ 업무에 더 가깝다. 1970~1980년대까지만 해도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고소득층 주거지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보편적 공동주택이 됐다. 국내 주택의 절반이 넘는 1001만 가구(50.1%, 2019년 통계청)가 아파트다. 연립·다세대 주택까지 합치면 공동주택은 61.7%에 달한다. 이 추세에 맞춰 경비원은 사실상 주거 관리인으로 변해왔다. 더구나 아파트가 현대화하면서 단순히 아파트를 지키는 일보다 청소와 미화, 우편물·택배 관리가 주요 업무로 자리잡아 왔고, 그런 ‘도우미’로 경비원을 고용하는 곳이 많다.
50~70대 경비원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관리’ 업무를 못 하게 한다면 이들의 일자리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무리하게 최저임금을 올린 결과 취약근로자들 일자리가 먼저 없어진 것을 3년째 봐오지 않았나.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말은 이런 데서도 적용된다. 국토부가 나서 ‘과잉단속’을 예방하되, 실정법상 문제가 있다면 아파트 경비원을 경비업법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입법 보완에 나설 필요가 있다. 그나마 수요·공급이 맞아떨어지는 고령층 일자리를 다 없애버릴까 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