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10일 정책 협약을 맺고 4·15 총선 공동선거대책본부를 구성키로 합의했다. 협약 내용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이 반대하고 있는 친노동 정책이 다수 포함돼 논란이 예상된다. 경제계에선 “93만 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한국노총의 표를 얻기 위해 노조 요구사항을 대부분 들어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고위급 정책협의회를 열고 총선 공동선대본부 구성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해야 노동 존중 사회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고 지지를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평가 앞에 한배를 타고 온 파트너인 한국노총 또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에 대한 공식 지지 입장을 밝혔다. 대신 민주당은 한국노총과의 ‘5대 비전과 20대 공동 약속’을 통해 노동계가 요구해온 현안을 대거 총선 공약에 포함하기로 했다. 주요 내용으론 △‘5인 미만’ 사업체 종사 노동자(588만 명)의 노동관계법상 권리 보장 △1년 미만 근속 노동자(497만 명) 퇴직 급여 보장 △플랫폼노동자·특수고용노동자의 사회 보장과 노조를 만들 권리 보장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핵심협약) 비준 추진 △노동자의 임금권리 보장을 위한 ‘임금분포공시제’ 도입 △정리해고 요건 강화 등이다.
1년 미만 근속 노동자에 대한 퇴직 급여 보장은 단기 근속자를 주로 쓰는 자영업자 등 영세사업자들에게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현행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은 1년 이상 계속 근로한 근로자에게만 퇴직급여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영세사업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5인 미만 사업체 노동자에 대한 노동법 보장은 민주당이 2018년 한국노총을 최저임금위원회 등 노·사·정 대화기구에 복귀시키면서 약속한 것이기도 하다. 당시에도 오히려 영세사업자들이 채용을 꺼려 고용 축소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ILO 핵심협약 비준도 경제계가 강력히 반대하는 사안이다. ILO 핵심협약은 △결사의 자유 △강제 노동 금지 △아동 노동 금지 △균등 대우 등 네 개 분야의 여덟 개 협약을 말한다. 한국은 이 가운데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을 규정한 87·98호, 강제 노동을 금지한 29·105호를 비준하지 않고 있다.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5급 이상 공무원과 퇴직 공무원·교원 등의 노조 조직 및 가입을 허용하는 게 핵심이다.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야당의 극심한 반발에 20대 국회에선 사실상 통과가 물 건너갔다.
‘임금분포공시제’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노사 갈등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 임금분포공시제는 고용 형태, 성별뿐 아니라 직종·직급·직무별 임금 분포 등을 공시하는 것을 말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투명한 임금 공개를 통해 노동시장 내 공정한 임금체계 구축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창수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들이 자칫 표를 의식한 민주당의 설익은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정책으로 더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