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택트렌즈 제조업은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기술집약적 산업이다. 의료기기로 분류되는 까닭에 당국의 제조·판매 인허가를 받기도 비교적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일본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제조업체가 선점한 글로벌 콘택트렌즈 시장에 국내 중소기업이 승부수를 띄웠다. 노시철 대표(사진)가 이끄는 인터로조는 일본 유럽 소비자가 검증한 콘택트렌즈 제조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상사맨에서 강소기업 경영자로 변신
노 대표는 1979년 대우실업 해외영업 부문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글로벌 상사맨’으로 세계를 종횡무진 누비며 사업 경험과 인맥을 쌓았다. 1987년에는 주방용품 무역업체 두류실업을 차렸다. 종합상사에서 근무한 경력을 바탕으로 무역업을 성공적으로 일군 상사맨들의 꿈을 일찍이 실현했다.
노 대표는 47세에 콘택트렌즈 제조업에 도전했다. 상품을 사고파는 무역업은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는 종합 제조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에서다.
그는 콘택트렌즈 제조 기술을 보유한 국내 연구진과 의기투합해 2000년 인터로조를 설립했다. 회사 설립과 함께 지분의 50%를 연구진에게 배분했다. 척박한 국내 콘택트렌즈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기술혁신을 통한 제품 경쟁력을 선제 확보해야 한다는 게 그의 일관된 경영철학이다.
노 대표는 연구개발(R&D)을 위한 박사급 인력을 지속적으로 영입했다. 부족한 기술은 미국 독일 등 제조 선진국 전문가들의 컨설팅으로 보완했다. 2005년부터는 의료 및 진단용 스마트렌즈 연구를 위한 연구소를 따로 개설할 정도로 기술 혁신에 공을 들였다.
노 대표는 “콘택트렌즈의 성능은 우수한 함수율, 산소투과도 등으로 사용자에게 편안한 착용 환경을 제공하면서 시력 보정 효과를 내는 게 본질”이라며 “독자적으로 확보한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뷰티 트렌드를 반영한 뷰티렌즈를 선보인 게 최근 급성장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한다”
인터로조는 지난해 매출 926억원, 영업이익 22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24.2%, 32.7% 증가한 수준이다. 일본 콘택트렌즈 시장에 뷰티렌즈 제품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매출 증가를 이끌었다. 원데이 렌즈가 주류를 이루는 유럽 시장에서는 착용 주기가 1~3개월인 단기 착용(FRP) 렌즈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지난해 이 업체의 매출 대비 수출액 비중은 67%에 달한다.
인터로조는 오는 11월 경기 평택에서 제3공장을 준공할 예정이다. 1·2공장이 인접한 부지에 연간 생산량 1000억원 수준의 스마트팩토리가 들어선다. 첨단 제조시설을 갖춘 새 공장 도입으로 이 업체의 콘택트렌즈 생산량은 매출 기준 두 배가량으로 늘어나게 된다.
노 대표는 “제조공정 자동화로 생산비용을 절감하고 불량률을 획기적으로 낮추면서 제품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라며 “최근 현지 당국의 제품 인허가가 필요 없는 아마존재팬, 중국 티몰 글로벌에 진입하고 미국 시장 개척에 나서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판로를 다각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